[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1
[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1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09.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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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캠퍼밴 여행을 꿈꾸며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꿈꾼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2009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기심,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카페에 가입하고 당시 얼마 되지 않던 여행 선구자들의 후기를 부러워하던 그때부터인 것 같다. 당시 우리 가족은 캠핑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던 때라 국내도 아닌 뉴질랜드에서 그것도 캠퍼밴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여행 가는 것처럼 먼 이야기 같았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은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2016년 우리 가족은 뉴질랜드 북섬에 위치한 타우랑가라는 조용한 도시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그렇다. 난 기러기 아빠다. 아이들 방학에 맞춰 회사 눈치를 보며 가족을 만나기 위해 뉴질랜드로 향했고 그때마다 북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멋지고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수도 없이 감탄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꿈처럼 간직했던 뉴질랜드 남섬 캠퍼밴 여행 생각이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만만치 않은 비용에 망설이다가 가족들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내놓자 모두 나보다 더 캠퍼밴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반겼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뉴질랜드에서 나는 한국에서 캠퍼밴 여행을 준비했다. 

캠퍼밴 여행 동호회 후기를 뒤지며 몇 번을 수정하고 완성한 여행 일정. 남섬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주요 관광지는 모두 방문하면서 아이들에게 뉴질랜드의 야생 동물들을 직접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던 나는 더니든을 거쳐 큐리오베이까지의 일정을 꼭 포함 시키고 싶어 조금은 무리를 했다. 완벽한 일정은 없는 법,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인천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향했고 우리 가족은 타우랑가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출발하여 만나기로 했다.

캠퍼밴과의 첫 만남 

내가 먼저 도착하는 일정이라 곧바로 마우이 캠퍼밴 데포트로 이동해서 우리가 탈 캠퍼밴을 인수했다. 수많은 캠퍼밴들이 사열하듯이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고 ‘역시 뉴질랜드 남섬은 캠퍼밴 여행의 성지가 맞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남섬 여행에서 이용하게 될 캠퍼밴은 마우이 6인승 sunset 모델로 온 가족이 이동하면서 숙식까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크고 최근 출고된 모델로 선택을 했다. 처음 캠퍼밴 열쇠를 건네받고 이제 출발해도 된다고 쿨하게 말하는 마우이 직원을 보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14시간 이상을 잠도 한숨도 못 자고 비행기를 타고 와서 아직까지 정신없는 와중에 캠퍼밴 열쇠를 받아 들고 ‘이걸 내가 과연 운전하고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서 카라반을 끌고 다녔던 알비어(RVer)고 지금 타고 다니는 F150을 떠올리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일단 크라이스트처치 탑10홀리데이파크까지 무조건 조심조심해서 운전해보기로 했다. 실제 차가 많지 않은 뉴질랜드에서의 캠퍼밴 운전은 좌측통행만 신경 쓰면 크게 어려울 게 없었다. 원래는 캠퍼밴을 인수하고 바로 아카로아로 가기로 했으나 익숙하지 않은 캠퍼밴을 몰고 밤 운전을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긴 비행으로 피곤했기 때문에 아카로아 일정을 포기하고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바로 테카포로 가기로 결정했다.

크라이스트 처치 톱10 홀리데이파크는 시내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사이트 맵을 보니 캠퍼밴이 이용하는 파워 사이트부터 텐트 사이트는 물론 모텔도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여행객들이 묵고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 대형마트도 있어 여행 중에 필요한 장도 보고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긴장한 마음을 다스리기에도 충분히 편안한 환경이었다. 4월의 뉴질랜드는 초가을의 선선함은 있었으나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너무도 따스하고 사람을 편하게 했다.곳곳에 단풍이 든 홀리데이파크의 정경을 보고 있자니 긴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설레게 했다. 그래서일까?이렇게 긴장이 풀려버린 내가 캠퍼밴에서 잠드는 바람에 뒤늦게 공항에 도착한 가족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상봉하게 되었다. 숙소를 찾아오는 에피소드를 남기며 남섬에서 첫날밤을 편안하게 보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테카포 호수를 향해 달리다 

둘째 날, 여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구입하고 첫 목적지인 테카포 호수를 향했다.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할 경우에 빠지지 않고 꼭 방문하는 테카포 호수에는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220km 이상 떨어져 있다. 그 유명한 선한 목자의 교회가 있고 밤에는 쏟아질 듯 아름다운 은하수와 별똥별을 볼 수 있다는 곳이라고 해서, 첫 목적지의 영광을 테카포로 정했다. 크라이스트 처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가 역시나 뉴질랜드답게 목가적인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푸르른 초원에서 인구보다 많다는 소와 양들이 사방에서 한가로이 신선한 풀을 뜯고 있었다. 

아이들이 갑자기 멈추라고 소리를 질러 잠시 멈춘 곳은 라마 농장이었다. 용케 막둥이 녀석이 라마 인형을 너무도 좋아해 항상 들고 다니고 있었는데 실제로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나니 아이들은 여행 초반부터 흥분 모드다. 이후부터 이어지는 긴긴 드라이브에 지칠 만도 하지만 아직은 여행 초반에다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즐기고 있었고 게다가 우리의 캠퍼밴은 오랜만에 상봉한 우리 기러기 가족을 순조롭게 테카포 호수로 안내했다. 우측 운전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문제는 없었지만 캠퍼밴의 사이즈도 있고 원래는 뒷자리에서도 좌석에 앉아 이동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동 중에도 아이들이 모두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던 터라 조심조심 운전하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나마 짧은 가을 햇살이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비수기인데도 많은 사이트가 만실이었다. 간신히 파워사이트를 예약하고 우리 가족은 그 유명한 선한 목자의 교회를 찾아 산책길에 나섰으나 평화로운 호수를 고즈넉이 바라보며 평화로이 서있는 교회를 상상했으나 그런 모습은 인터넷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아직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고 특히 수많은 중국 단체 관광객을 피해 카메라 앵글 안에 교회와 호수를 한꺼번에 잡아넣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역시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파란 호수 사이를 가르듯 서있는 교회의 모습은 아름다웠다.가까이 갈수록 붐비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감흥이 다소 줄긴 했으나 충분히 방문해 봄직한 곳이었고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캠퍼밴 여행을 계획하면서 사실 대부분 식사를 해먹을 생각에 식당 정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는데 하필 그날 원래 가려고 했던 일식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중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어느새 어두워져 버린 홀리데이파크로 돌아왔다. 

몸은 무지하게 피곤했으나 본격적인 여행을 나선 첫날 저녁을 뭐할까 고민하다가 근처에 도보로 5분 거리에 스파가 있다기에 가보기로 했다. 폐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고민했지만 여독을 풀기에는 스파만한 게 없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 아이들과 살을 비비며 놀 수 있는 기회다 싶어 뛰다시피 스파로 갔다. 1시간 반 정도 짧고 굵게 즐기며 뜨거운 스파에 누워 밤하늘의 은하수도 보고 쉭쉭 날아가는 별똥별을 보며 “우와!우와!”를 연발하던 우리 가족은 이제 슬슬 피곤이 밀려왔고 밤에 되니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놀라 다시 허겁지겁 숙소로 돌아와 곯아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곳 밤하늘의 별사진을 꼭 카메라에 담고 싶었기에 꾸역꾸역 일어나 힘들게 지고 온 삼각대를 꺼내 세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담은 별사진은 역시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라는 것을 실감하고 30분 만에 철수해 잠자리에 들었다. 호숫가에다가 밤이 되어서 쌀쌀해진 날씨에 걱정했으나 의외로 따뜻하고 편안해서 깜짝 놀랄 정도로 푹 잘 잤다. 그렇게 둘째 날이 저물었다.

글/사진┃양성철 ,  편집┃더 카라반 (2017. 9, 10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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