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5
[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5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12.21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날은 더니든을 떠나 큐리오 베이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철수하며 캠퍼밴의 펼쳐놓은 어닝을 접는 순간, 아내의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발생하여 급하게 더니든의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본 결과 부러지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손가락이 계속 부어있고 통증이 있어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 여행의 중반에 이르니 긴장이 풀리고 방심해서일까? 다시금 맘을 가다듬고 다음 일정에 임했다.

웅장한 터널비치로 내려가는 길

큐리오 베이까지는 220km로 이날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 캠핑장은 뉴질랜드 남섬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에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가족들에게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약간 걱정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 출발한 우리는 더니든 근처의 터널 비치를 먼저 방문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구석진 곳에 있는 이곳은 또 다른 장관을 선사했다. 한국의 제주도에 있는 주상절리를 엄청나게 확대해 놓은 느낌도 났다.

멀리서 보면 별로 커 보이지 않던 터널은 가까이 가보니 엄청난 규모였고 터널 안으로 파도가 칠 때면 소리가 울려 더 거대한 소리를 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절벽 끝에 섰을 때는 나도 모르게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아서 뒷걸음질을 쳤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이 곳의 웅장함은 동영상으로 담아 와 가끔 그 소리를 들으며 웅장함을 다시금 느끼곤 한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우리는 캠퍼밴 안에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하고 다음 목적지인 너겟 포인트를 향했다. 

너켓 포인트 

역시나 가는 길은 다른 곳에 비해 차량의 통행도 뜸하고 관광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비까지 흩뿌리는 날씨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자꾸 서두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있었던 사고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또 다른 돌발 상황 발생! 인적도 없고 마을도 없는 길을 비가 와서 긴장하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공사 중인 다리… 돌아서 가란다. 얼마를 돌아서 가야 하는지 친절한 설명은 나와 있지도 않다. 워낙 시골이라 휴대폰도 안 되고 덕분에 유일하게 믿고 있던 구글 네비도 먹통이다. 설상가상 길은 비포장 길에 비 때문에 여기저기 웅덩이가 많아 차가 심하게 요동치는 길이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갈림길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정말 감으로 선택하여 이동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불안감 속에 운전을 하다 보니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휴~ 한숨을 내쉬고 살펴보니 아까 공사 중인 다리 건너편이었다. 불과 100여 미터의 다리 공사 때문에 한 시간을 넘게 돌아서 건너왔던 것이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난관을 무사히 넘어, 큐리오 베이 홀리데이파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이 홀리데이 파크는 저렴하지만 시설이 좋지 않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반은 야생의 캠핑장이었다. 어두운 캠핑장은 불하나 켜있지 않고 심지어 캠핑장 담당자는 이미 6시에 퇴근해버려 체크인도 불가능했다.

일단 아무 곳이나 차를 세우고 전기가 가능하다는 것만 확인하고는 자리를 펼쳤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캠핑장에는 다행히 캠핑장 곳곳에 우리 같은 여행객들이 있었다. 그 중에 네덜란드에서 여행 온 젊은 친구들의 차가 웅덩이 빠져 나오질 못하는 것을 그곳에 있던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탈출을 도와줬다. 이 캠핑장의 공공시설들은 체크인 할 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주방이나 화장실 등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체크인을 못해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아까 네덜란드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알려준 덕분에 하룻밤 편하게 지냈다. 일단 잠자리를 잡았으니 식사를 해야 하는데 급히 이동하느라 마트에서 장도 보지 못한 우리 가족들은 그날 여행 중 처음으로 바비큐도 하지 않고 스파게티와 라면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

바로 바닷가에 위치한 큐리오 베이 홀리데이 파크는 밤새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캠퍼밴이 웅~웅~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더니든에서의 여유로웠던 지난 이틀은 이날 하도 정신없이 보내서인지 몇 달 전의 일처럼 아득했지만 그래도 캠퍼밴 안은 너무나 쾌적했다. 바비큐가 있는 화려한 저녁은 아니었지만 미리 사두었던 주먹만한 뉴질랜드 초록 홍합으로 간단히 홍합탕을 끓여 아내와 나는 남아 있던 와인 한 병을 비우고 다이나믹하고 피곤했던 하루를 일찍 마무리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세차게 부는 바람 소리에 리듬을 맞춰 울어대는 캠퍼밴의 어닝 덕분에 피곤함에도 일찍 눈을 뜨게 되었다. 게다가 어제 식당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들이 펭귄과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주었고 이들은 아침 일찍 바다로 사냥을 나가기 때문에 서둘러 가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나의 아침은 분주했다. 

동이 트자 바람도 잦아들고 혼자서 캠핑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야생 동물들을 찾아 다니던 중에 어제 우리 캠퍼밴 옆 자리에 묵었던 일본인 노부부가 숲길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뭔가 하고 다가가보니 오솔길 한가운데에 펭귄 동상이 서 있었다. 어라? 그런데 움직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다는 가장 큰 펭귄인 옐로우 아이드 펭귄이 바로 10미터 앞에 있었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서있는 모습을 보고 동상인줄 알았는데 뒤뚱뒤뚱 걷기도 하고 작은 날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너무나 신기한 모습에 일본인 노부부와 나는 숨소리도 죽여 가며 조용히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녀석들이 우리 쪽으로 막 다가오는 바람에 놀라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의 둥지로 가는 길을 우리가 막고 있다고 귀띔해주어 미안한 마음에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그들의 귀가를 도왔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보여주고 싶었던 광경인데 순식간에 펭귄은 사라져 버렸다. 서둘러 캠퍼밴으로 돌아와 아직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얘들아 펭귄이다! 펭귄 보러 가자라고 하자 다들 번쩍 눈을 뜨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아가와 같이 산책중인 펭귄이나 바다사자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녀봤지만 그런 행운은 다시 오지 않았다. 다시 저녁이 되어야만 그들을 다시 볼 수 있겠으나 우린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밀포드 사운드를 찾아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며 큐리오 베이 홀리데이 파크와 작별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곳 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한 큐리오 베이를 떠나며 바라본 하늘과 바다는 같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글/사진┃양성철 , 편집┃더 카라반 (2017. 11-12월호 Vol 3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