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6
[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6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8.0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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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의 꿈만 같았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은 이제는 현실이 되었고 어느덧 그 여행의 후반부에 들어섰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해서 큐리오 베이까지 800km를 달렸다. 이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기 전 테아나우 호수로 향한다.

뉴질랜드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테아나우로 가는 도중 잠깐 들른 인버카길에서는 피자 세 판으로 캠퍼밴 안에서 점심을 해치우고 잠깐 근처 박물관을 들러 몸도 살짝 풀어준 뒤에 서둘러 숙소가 있는 테아나우 레이크뷰 홀리데이파크로 이동한 덕분에 어두워지기 전에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호수인 테아나우는 뉴질랜드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도시답게 시내 곳곳에 아웃도어 제품을 파는 곳이 있었고 캠핑장 입구에는 인근 유명한 트레킹 명소들을 도보, 카약, 유람선 심지어는 헬기를 타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테아나우는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전초기지 같은 곳이라 처음 계획을 세울 때 테아나우에서 하루를 묵고 밀포드 사운드로 이동하여 밀포드 사운드 근처 숙소에서 하루를 할지 아니면 이동거리가 좀 있기는 하지만 테아나우에서 2박을 할지 고민을 참 많이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결국 테아나우에서 2박을 선택했는데 인근에 마트도 있고 캠핑장 시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굿 초이스~.

이미 늦가을인 뉴질랜드는 4월 비수기로 들어가서인지 캠핑장의 캠퍼밴이 들어갈 수 있는 파워사이트가 아주 여유로웠다. 덕분에 다른 캠퍼밴으로 인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캠핑장 이름대로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어제 큐리오 베이에서는 주변에 아무런 마트도 없어 냉장고에 있는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해결해야 했기에 이번에는 미리 테아나우 시내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거하게 봤다. 매일 저녁 먹던 뉴질랜드 소고기를 하루 건너뛴 탓에 아이들도 고기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오랜만에 초록 홍합이 눈에 들어와 와인과 함께 푸짐하게 준비했다. 캠퍼밴 자리를 잡자마자 우리는 주방위치와 바비큐 시설을 확인하고 넓고 깨끗한 시설에 아주 만족하며 푸짐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맛있는 뉴질랜드 와인까지 곁들인 푸짐한 저녁을 마치고 우리 부부는 추가적으로 캠퍼밴으로 돌아와 홍합탕으로 2차를 하고 일찍 잠자리를 청했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밀포드 사운드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은 밀포드 사운드가 제일 유명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고 나도 역시 밀포드 사운드만을 알고 왔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밀포드 사운드 외에 다른 코스도 많이 있었고, 조금은 힘들지만 밀포드 사운드를 카약으로 리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기에 잠깐 고민을 했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엔 무리라는 결론에 낯선 코스보다는 큰 크루즈를 이용해 관광하는 무난한 코스를 선택했다.

첫배를 타기 위해서는 새벽같이 출발해야 했다. 게다가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야 하고 캠퍼밴에게는 무리이다 싶을 정도로 좁은 터널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초보 운전자에게는 쉽지 않은 길로 유명하다. 게다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1년 365일 중 비가 오는 날이 300일이라는 이곳의 기후는 그날도 어김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테아나우를 출발할 때만 해도 맑았던 날씨는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 내내 비가 내렸고 다시 테아나우로 돌아오니 멈춰버렸다. 악천후 때문에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해 도착이 늦어져 배를 놓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으나 선착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다행히 에배 올라 탈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배는 빨간색의 날렵하게 생긴 Southern Discoveries 크루즈인데 생각보다 배가 커서 배멀미 등의 곤욕은 치르지 않을 수 있었다. 배에 올라타니 한국어로 된 안내서도 있어서 참 반가웠는데 배 안의 매점에서 신라면까지 팔고 있어서 반가움에 우리 가족은 곧바로 하나씩 주문해서 먹으며 비를 맞아 언 몸을 녹였다.

서서히 배가 선착장을 출발하고 신라면 덕분에 따뜻해진 우리는 갑판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비바람에 조금은 거칠어진 바다를 헤쳐 나아가는 배 주변에는 마치 바다 위에 방금 전에 갑자기 솟아오른 것처럼 뾰족한 절벽들이 둘러 싸여 있고 그 정상은 구름으로 가려져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 구름 사이를 뚫고 떨어지는 폭포의 웅장함으로 얼마나 높이 솟아 있는 절벽인지 상상할 수 있게 했다. 그런 폭포들이 하나, 둘, 셋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구름 속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여행에서 내가 기대했던 것 중에 하나는 크루즈 주변을 맴돌며 장난치는 돌고래였지만 그날은 볼 수가 없었고 아이들 역시 많은 기대를 했었는데 안타까웠다.아쉬움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비 오는 날은 돌고래의 몸에 세균이 달라붙을 수 있어서 나오지 않는다고 같이 아쉬워해 주었다. 대신에 바닷가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한가로이 쉬고 있는 물개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어 다행히도 아이들의 기대에 부흥해줬다.

크루즈 선장님의 마지막 서비스는 폭포에 무척이나 가까이 배를 붙여서 구름 속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직접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체험이었다. 크루즈 안에서 구경하던 우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다들 완전 무장을 하고 배 앞쪽으로 나갔다. 폭포에 가까워지자 거대한 물보라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불어오고 폭포 소리는 거의 굉음에 가까울 정도로 무섭게 들려왔다. 막내는 물폭풍에 밀려 순간 배 뒤편으로 날아가 버려 우리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소문에는 그 폭포수를 맞으면 ‘병에 걸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라는 전설이 있다는데 이런 전설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비슷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역시 우리 가족들은 모두 물에 빠진 생 쥐꼴로 배에 다시 들어오자 같이 온 관광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마 올 한해 큰 잔병치레 없이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가족을 보며 밀포드 사운드에서 물벼락 맞은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글/사진┃양성철 ,  편집┃더 카라반(2018. 1-2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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