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3
[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3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12.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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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역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닌 법. 그래서일까? 여행의 매력은 이렇게 시시각각 닥치는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과 사건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부터 전혀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전날 아빠의 실수로 온 가족은 마운트 쿡의 여러 트래킹 코스 중에서도 험난한 코스로 길을 잘못 들어 난데없는 등산을 해야 하는 고생을 했지만 다들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해 주었다. 더불어 우리 부부는 목표로 했던 후커밸리 트래킹을 다음날이라도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을 따라 그 다음 목적지로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일정은 일정 일뿐 아무것도 모르고 인터넷으로만 찾아보고 만들어진 일정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후커밸리 트래킹을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원래는 글렌터너 캠핑장에서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오아마루까지 이동을 해서 야생 펭귄을 보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아침의 여유로운 시간을 쪼갤 수밖에 없었다.나는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조용히 캠퍼밴을 정리해 출발할 준비를 서둘렀다.웅장한 설산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마주보며 달리는 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자고 있는 가족들을 모두 깨워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출발해 새벽길을 달려 마운트 쿡으로 도착하니 그제서야 하나둘 아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캠퍼밴 여행은 이런 기동성 부분에 있어서 정말 최고였다.이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지도를 꼼꼼히 살피고 캠퍼밴 안에서 간단히 아이들 아침 식사까지 챙겨주고 출발했다.아직은 어둑한 새벽의 트래킹 길은 안개까지 자욱해서 조금은 심란한 맘이 들 정도였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잘 따라 나섰다.안내판에는1시간 반 정도로 왕복4시간 정도를 예상을 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사진을 찍고 구경하느라 실제로는5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 같았다.  

눈 덮힌 마운트 쿡과 구름 모자를 선물하다 

알싸하게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한발한발 나아가는 우리는 세 개의 구름다리를 건너야만 목적지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각각의 다리 아래는 빙하가 녹은 빙하수가 흐르는데 멀리서는 에메랄드 빛을 내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우유빛깔로 변하는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이 강이 내뿜는 거친 숨소리는 서늘하기까지 해서 다리를 지날 때는 외투를 여미고 지나야만 했다.눈 덮인 마운트 쿡은 트래킹 내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가도 어느새 다시 멀어지고 또 곧 바로 코앞에 와 있고…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었다. 

구름 모자를 쓴 듯한 모습

멀리 산 정상에 걸린 구름 덕분에 아이들에게 구름 모자 하나씩을 선물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이른 아침이라 낮은 기온에 아이들의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비탈지지 않지만 길게 이어지는 평지 길에 아이들이 지칠 만도 하지만 열심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독여가며 후커 레이크에 도착했다. 정말로 파란 물감을 타 놓은 듯한 맑은 하늘아래 눈 덮인 하얀 설산이 있고 그 아래에는 우유 빛깔 호수와 커다란 빙하 조각들이 암초처럼 둥둥 떠 있는 잔잔한 호수였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맑고 투명한 얼음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나도 빙하를 보는 구나… 호숫가에 신발을 벗고 편하게 누워 물 만난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여유를 가져 본다. 

어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못 갈 뻔했던 후커밸리 트래킹을 다시 도전한 일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란 생각이 든다.새벽 일찍 출발했던 우리는 가는 길엔 한적하니 우리 가족은 전세 트래킹을 즐기며 갔으나 되돌아오는 길에서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트래킹을 시작하고 있었다.우리 아이들은 마주 오는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조금만 가면 된다고 응원도 해주며 우리 캠퍼밴까지 돌아왔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진 일정에 내 마음이 급해진다.오아마루까지 가려면 약190km를 운전해야 한다.오아마루의 캠핑장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 않았던 나는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서둘러 출발했다.난데없는 전날의 등산과 오전의 트래킹 때문인지 가족들은 캠퍼밴 안에서 모두 깊은 잠에 빠졌지만 늦어진 일정에 살짝 긴장한 나는 졸음도 참아가며 열심히 운전을 해 오아마루에 도착했다.

오아마루에서 펭귄 관찰 이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던 나는 다시금 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긴 하루 일정에 상당히 지쳐있기는 했지만 더니든의 일정을 길게 갖고 싶어 하는 아내의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이젠 하루만 지내고 다시 떠나야 하는 일정보다는 한곳에서 이틀 정도 지내며 여유롭게 있고 싶었던 터라 좀 무리해서 더니든까지110km를 더 달렸다.

(연재 계속)

글/사진┃양성철,  편집┃더 카라반(2017. 11-12월호 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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