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마지막 여행
[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마지막 여행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8.01.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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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투어를 마친 우리 가족은 허기짐에 서둘러 숙소인 테아나우로 다시 돌아와 또다시 저녁 만찬을 즐기며 다음날 마지막 목적지인 퀸즈타운을 떠날 준비를 했다. 사실 남섬 여행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하나로 퀸즈타운을 꼽으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말을 하지만 우리처럼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늦가을에 여행을 한다면 딱히 할 게 많지는 않다. 게다가 이미 남섬 곳곳을 돌며 너무나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을 보고 다녔던 탓에 퀸즈타운의 도시적인 번잡한 느낌은 오히려 너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퀸즈타운 홀리데이파크는 우리처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여행을 시작해 퀸즈타운에서 마무리하는 사람들이나 반대로 퀸즈타운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캠퍼밴이 묵을 수 있는 파워사이트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갖가지 모양의 캠퍼밴들이 있었다.

우리는 캠퍼밴을 반납하기 전에 10일간 우리의 발과 침대와 식당이 되어준 캠퍼밴과 이별할 준비를 하기 위해 퀸즈타운의 홀리데이파크를 예약했다.남은 음식물들을 처리하고 짐들을 하나둘씩 가방에 도로 넣었다. 캠핑장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놓고 간 음식물들을 보관하는 곳이 있었고 그 중에는 한국 음식들도 꽤나 있어 우리는 손도 대지 않은 라면이나 참치캔 등을 다음 여행객들을 위해 남겨 놓았다.

다시 짐을 챙기며 가져와 꺼내보지도 않은 짐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고 이번 여행에 대해 내가 은연중 많이 긴장을 하고 쓸데없이 많이 챙겨왔다는 것을 여행을 마무리하며 느끼게 되었다. 대충 짐정리를 마친 우리는 시내로 나와 퀸즈타운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퍼기버거집에서 다른 관광객들처럼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하고 1시간 만에 햄버거를 받아 맛있게 먹었다.

캠퍼밴을 반납하고 우리는 하루의 시간을 퀸즈타운에서 보내야 하기에 작은 소형차를 렌트했는데 너무 작은 차를 빌리는 바람에 10박 동안의 짐들로 가득 차 아이들은 간신히 끼어 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잠자리를 제공하던 캠퍼밴이 이젠 없기에 이층 침대가 있는 롯지를 예약해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짐을 차에서 꺼내 옮기고 풀고 다시 싸고 하는 과정들이 캠퍼밴 여행 이전에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이젠 너무나도 낯설고 불편했다. 심지어는 처음에는 작게만 느껴졌던 캠퍼밴의 침대가 커다란 퀸사이즈 침대보다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사실 나는 퀸즈타운에 가면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번지 점프도 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달랐다. 높은 곳을 싫어하는 와이프를 설득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웠던 것이었지만 믿었던 큰아들마저 돈 주고 왜 그런 위험한 것을 하느냐는 핀잔을 주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그래서 결국은 지난 북섬 여행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제트 보트를 타기로 했다. 5인 가족이 다 타려면 수 십만 원의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을 액티비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역시나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추운 날씨에 손과 얼굴이 얼얼할 정도였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스피디한 체험으로 아이들의 뇌리에 깊게 남게 되었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 남은 시간은 조용히 산책을 하며 정리하고 싶었던 나는 폭풍 검색을 통해 퀸즈타운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글레노키라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1시간을 달리는 동안 앞뒤로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아 불안할 정도였고 이미 오전에 찬바람 맞으며 제트 보트를 탄 뒤에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 몸도 노곤하여 졸음이 무지막지하게 몰려오던 찰나에 조그마한 시골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작은 동네인데 뭐 볼게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길을 나선다. 끝없이 펼쳐지는 습지 사이로 난 산책로를 우리 가족은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따라 걷는다. 역시 앞뒤로 다른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들만의 조용한 산책이 두 시간여 동안 이어진다.

조용한 산책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다. 장난치던 막둥이가 습지에 빠져 허우적댄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너무나 놀라 서둘러 막둥이를 허겁지겁 물속에서 꺼냈는데 그러고 나서 울고 있는 녀석을 보니 너무 웃겨서 다들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결국, 막둥이는 약이 올랐는지 더 크게 울어버리는 바람에 서둘러 복귀를 해야만 했다. 글레노키는 이렇게 우리 가족의 긴 여행을 정리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조용한 명상과도 같은 시간과 함께 재미난 추억도 선물해줬다.

여행의 끝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 법이지만 그 덕분에 다음의 여행을 꿈꾸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캠퍼밴을 이용했던 추억은 너무나도 색달랐고 엄청난 기동성을 선물해 주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이동하여 많은 체험을 해보고픈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여행 방법이 있을까 싶다. 운전? 어렵지 않다. 불편하냐고? 당연히 불편하지만, 덕분에 가족들과 부대끼며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한동안 우리 가족들은 이번 캠퍼밴 여행 중의 사진들을 보며 많이 웃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막연한 희망 사항과도 같았던 버킷 리스트 하나를 실제로 이루게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몇 년 만에 이렇게 현실이 된 것을 보고 나는 더 큰 버킷 리스트를 내 마음 주머니 안에 담으며 또다시 다음 캠퍼밴 여행을 꿈꿔본다.

<그동안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을 읽어주신 독자분과 아름다운 뉴질랜드 여행기를 써주신 양성철 작가님,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양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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