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유럽 캠핑카 브랜드들이 국내 인증을 받지 못한 채 수년간 항만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수입차량들이 최근 일부 인증 통과 후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업계는 오히려 국내 RV 생태계를 무너뜨릴 조용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보관 차량, 품질은 누가 검증하나
인증을 통과한 차량 상당수는 실제로 수입된 지 수년이 지난 제품으로, 오랜 기간 해상 항만에 보관되면서 누수, 곰팡이, 내부 마감재 변형 등의 품질 문제가 잠재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차량은 정밀한 사전점검 없이 원가 이하로 시장에 풀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제대로 된 검수 없이 시중에 판매된다면, 소비자는 품질 보증도 받기 어려운 중고차를 새 차 가격으로 사게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건전한 국내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덤핑 가격의 그림자…국내 산업 기반 흔들
인증에 발이 묶였던 유럽 일부 RV 브랜드들은 본사의 자금난 또는 현지 유통사의 재정 문제로 인해 파산 진행으로 원가 이하 덤핑 판매중이다. 이는 소규모 기반의 국내 캠핑카,카라반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국내 카라반 제조 및 정식 수입사들은 폐업하거나 더이상 수입 물량을 유지 하지 못해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 되고 있다.
시장 내 기준가격이 무너지고, 정상적인 가격 구조로 운영되던 국산 제조사들은 고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품질을 유지하며 자생력을 키워가던 국내 제작사 입장에선 공정하지 않은 게임에 내몰린 셈이다.
환경 규제 완화는 누구에게 유리했는가
한편, 2025년 환경부는 3.5톤 이하 경유 모터홈에 대한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 방식을 '엔진분리시험'에서 '차대동력계 시험'으로 전환하는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 표면상 ‘진입장벽 완화’로 보일 수 있으나, 이 조치는 실질적으로 유럽 완성형 캠핑카에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산 캠핑카의 경우 대부분 현대자동차나 르노코리아 등 대형 제조사의 '생략서' 기반 인증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자체 시험 기반이 없는 중소 제작사들에게는 이 규제 변화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 정책은 국내 RV 산업의 구조와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외산 완성차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도 피해자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왜곡의 끝에 소비자가 있다는 점이다.
인증이 통과되었다고 해도, 수년간 정체되었던 차량이 적절한 품질검사 없이 시중에 유통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A/S나 품질보증이 불투명한 해외 제조사와의 거래는, 사고 이후 책임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카라반의 제언
유럽 RV 브랜드의 국내 유입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국내 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소비자 신뢰를 위협하며, 정부 규제마저 왜곡시키는 구조로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전체 시장에 전가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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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차량의 품질 검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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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이후 유통 차량의 이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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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 제작사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인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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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를 위한 유통 및 A/S 체계 확보
'제도'와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이 마련될 때만이, 대한민국 RV 산업의 미래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