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마을의 고즈넉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다 강원도 평창 동부오리
다섯 마을의 고즈넉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다 강원도 평창 동부오리
  • 더카라반
  • 승인 2015.07.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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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을의 고즈넉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다 강원도 평창 동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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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을의 고즈넉한 매력에 마음을 빼앗기다 강원도 평창 동부오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정감 넘치는 사람 냄새가 가슴으로 스며든다.

마당 평상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세상모르게 낮잠을 즐기던 어릴 적이 떠오른다.

하늘, 구름, 별, 숲 그리고 문화와 레포츠가 있는 마을.

강원도 평창군 동부에 있는 다섯 마을의 이야기다.

해발 700m 고지, 평창의 신비로움을 만나다

신록이 우거진 마을길을 달린다. 도심에서 지쳤던 눈이 오랜만에 쉼을 얻는다.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여니,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 평창 동부오리는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동쪽의 고길천 골짜기를 따라 사이좋게 차례로 이어진 다섯 마을(노론리, 이곡리, 조동리, 고길리, 지동리)을 일컫는 이름이다.

 

 

“중간에 불안해하지 말고 끝까지 올라오세요.”

출발 전 목적지 안내를 받으며 무슨 뜻인지 의아했지만, 고불고불 산길을 올라가다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이해된다. ‘이 길이 맞나?’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 산 중턱에 있는 ‘700빌리지’를 만났다.

 

 

 

평창군에 들어서면 ‘700’이라는 숫자를 자주 보게 된다. 평창군의 BI(Brand Identity)가 바로 ‘Happy 700’이다. 해발 700m의 평창 산세를 표현한 것으로 ‘가장 행복한 고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해발 700m는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상태로 생체 리듬에 최적이라고 한다. 700빌리지 또한 700m 고지에 있다. 산에 걸린 구름 풍경이 장관이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상이 푸짐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구름 속에서 만찬을 즐기는 착각까지 불러온다. 이곳은 15년 전 귀농한 주인 내외가 염소를 키우고 약초를 캐며 건강원을 운영하다,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면서 2002년부터 펜션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주인장의 열정이 보통이 아니다. “일이 재미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 일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개썰매, 산악승마, ATV, 오픈카 투어, 인절미 만들기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이곳의 차별화된 모습이다.

 

 

 

 

 

저녁 식사 후 주인장의 오픈카 투어 권유에 흔쾌히 따라나선다. 특급 오픈카(?)로 마련된 트럭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벌써 동심으로 돌아간 듯하다.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는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이 차가운 공기마저 따스하게 안아준다.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트럭 뒷좌석에 눕다시피 앉아 촉촉한 풀내음을 한껏 들이킨다. 어둠이 좋다. 빛이 없어야만 찬란한 별빛을 볼 수 있으니까. 볼에 스치는 물기 머금은 나뭇잎의 느낌이 싱그럽다. 굳은살처럼 온몸에 박혀버린 긴장이 맥없이 풀리고 만다. 10대 소녀로 돌아간 듯 까르르거리는 옆자리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즐겁고, 그녀들의 흥에 겨운 노랫소리가 귓가를 맑게 울린다. 강원도 평창의 밤은 코끝 시리도록 따스하다.

 

 

 

한여름 밤의 꿈같았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오전 7시,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이선철 대표의 안내로 임도(林道) 아침 산책을 시작한다.(27km에 이르는 말발굽 모양의 임도가 동부오리 마을을 감싸고 있다) 산책길 에스코트는 700빌리지의 귀염둥이 강아지 강호가 맡기로 한다.

 

 

 

 

강호도 산책이 반가운지 우리를 벗어나자마자 숲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곤 저 멀리 갈림길에서 우리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 모습이 여간 똑똑한 게 아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산책길은 처음 접해보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울창한 숲 속에 차분하게 가라앉은 아침 공기, 나뭇잎에 촉촉하게 맺혀있는 이슬, 청명하게 지저귀는 새소리, 길가를 장식하고 있는 야생화와 산딸기 열매.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 자연이 주는 축복을 느낀다.

 

 

 

 

 

산책을 마치고 도란도란 함께하는 아침 식사 시간이 정겹다. 무심한 듯 계속 챙겨주시는 들려주시는 주인아주머니의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따뜻한 마음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소소한 정이 흐르고 위트 있는 말솜씨에 함박웃음이 터진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사장님’에서 ‘어머니’로 호칭이 바뀌어 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 사는 냄새다.

 

다섯 마을의 특색있는 이야기, 자연과 문화가 만나다

안개가 걷히자 맑은 하늘이 고개를 든다. 하늘을 나는 사람들을 만나러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간다. 평창읍 장암산 정상 부근에 있는 이곳은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장쾌하다. 아스라한 높이에서 하늘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들은 이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자유를 만끽한다.

 

 

 

산길을 내려와 감자꽃 스튜디오로 향한다. 폐교를 개조해서 만든 이곳은 복합 문화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2002년 당시 문화예술 기획자였던 이선철 대표는 건강상 문제로 이주를 결심하고 폐교를 찾던 중 이곳을 발견하게 된다. 폐교의 방 하나를 교육청으로부터 임차하고, 개조하여 살게 된 것이 감자꽃 스튜디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책다방(도서관), 갤러리, 노산분교 박물관, 이종욱 키친(주방), 감자꽃 강당 등으로 구성된 이곳은 지역주민부터 타 지역 방문객까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평소에는 청소년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나 회의 장소로도 사용되며, 방학 때에는 아이들을 위한 캠프도 열린다. 이런 이야기들이 입소문을 타서 지금은 타 지역의 학교 캠프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와 교원 단체 연수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방문객들이 먹고 자는 것은 모두 마을 주민들의 업소를 이용하도록 연계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너지 효과도 보고 있다. 마을의 자원들을 한데 모아 마을 전체가 훌륭한 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 중심의 허브 역할을 감자꽃 스튜디오가 담당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아침에 직접 만든 떡과 손님이 사 왔다는 과일을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신다. 대나무를 손수 깎아 만든 포크로 먹으니 맛이 몇 배로 좋다. 주인 내외의 넉넉한 인심에 카페 손님들 모두 행복하게 웃는다. 주인장과 천천히 나누는 진정성 있는 대화가 좋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빨갛게 물들도록 가만히 앉아서 그가 틀어주는 음악에 귀 기울이고 싶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가슴 한편이 가끔 쿡쿡 아려오는 마음이 힘들다면 공기 좋고 물 맑은 강원도 평창 청옥산 자락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배꽃에 달빛이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을 닮은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이화에 월백하고’에서 느끼는 소박한 멋과 아름다움은 추억이 된다. 소소한 일상도 예술로 담아내는 주인 내외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그곳에는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줄 이야기와 낭만이 있다

 


writer + photographer 김수현,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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