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이. 아버지가 들려주신 바다거북이
바다거북이. 아버지가 들려주신 바다거북이
  • 더카라반
  • 승인 2014.11.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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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이. 아버지가 들려주신 바다거북이

COLUMN

 

 

 

  바다거북이. 아버지가 들려주신 바다거북이

 

 

항상 주변의 모든 사물과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도심 속에서 매일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전원의 풍경을 그리워하고 전원 속 풍광에 묻히면 도심의 반짝거리는 불빛을 그리워한다. 우리는 항상 주변의 변화를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싫증을 낸다. 몇 해 전부터 쌀로 지은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의 생활습관으로는 정말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왔다. 처음에는 주변의 반응은 물론이며 나조차도 어색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쌀을 밥으로 지어먹는 민족은 세계적으로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환경에 길들여지면서 그 환경에 지배당하거나 함께 하는 것이다. 캠핑을 하다보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와 방법이 많이 제시된다. 그러나 한 번쯤 우리의 생각을 바꾸면 내 주변의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내가 들어가 하나의 사물이 되어 있다면 캠핑을 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길들여가는 길들여지는 대상에 대한 배려를 먼저 해야 한다

캠핑은 우리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방법이고 수단이다. 주위 환경을 변화하면서 자신이 동경하는 생활을 습관적 일상에서 일탈하여 즐기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감각적으로 느끼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캠핑이 생활화되면 그 순간 내가 생각하는 캠핑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집필을 부탁 받는 날부터 실험한 것이 있다. ‘캠핑’을 좋아하니까 평일에 캠핑을 하고 오히려 주말에는 집에서 편하게 있는 것이다. 캠핑이 차지하는 내 시간을 늘려서 보내는 것이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캠핑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줬을까? 거의 1년을 그렇게 생활하고 연구하면서 얻은 결론은 캠핑을 하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 아니라 캠핑을 할 수 있다는 자유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캠핑에 길들여지는 것도 결국 길들여진 캠핑에 대한 내 생각은 집착으로 변해갈 뿐 내가 처음 느꼈던 캠핑에 대한 동경과 즐거움은 하나둘씩 줄어들었다. 우리는 무엇인가 행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자신을 길들여지게 되는 순간 그것은 처음 느낌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습관의 시계 속에 갇혀 단단한 굴레에 빠져 버리고 있다. 캠핑을 하는 것이 행복하려면 내가 캠핑에 길들여져 버려서 감흥을 잃지 않도록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다거북이를 고민하는 하윤이는 바다캠핑을 모른다

캠핑은 주변의 환경과 잘 동화되어 하나의 사물이 되고 자신이 주변을 길들여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길들여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보캠퍼가 가진 생각이다. 처음 이야기 했듯이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가지고 소풍을 가는 것도 캠핑의 방법이듯 그렇게 항상 캠핑을 즐겨왔다. 바보캠퍼의 든든한 캠핑메이트는 아직도 달이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는 6살짜리 소녀 하윤이다. 그 친구를 통해 바라보는 캠핑은 어쩜 내가 고민하는 캠핑의 방법과 목적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바다를 가서 모래사장에 있는 터지고 남은 폭죽을 보면, 바다거북이가 잘못 먹고 아파할까 걱정하며 청소를 시작하고, 산속 깊은 캠핑장에서 잠자리를 잡아 놀아주고 있으면 잠자리 가족이 걱정하니까 빨리 보내줘야 하고, 아버지와 함께 캠핑 오는 것은 혼자 하는 아버지가 심심해서 울까봐 같이 오는 것이고, 모든 것에 이유가 있지만 캠핑을 함께 하는 시간으로 그러한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시간을 아버지와 함께할 뿐, 부족한 아버지의 생각으로 자연을 느끼는 캠핑이 하윤이에게 행복을 줄 거라는 생각과는 크게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나도 바다거북이를 걱정할 수 있는 캠핑을 위한 캠핑이 아닌 내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사유의 캠핑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다거북이가 가르쳐주는 캠핑

6살 꼬마숙녀와 2년여 동안 캠핑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캠핑의 이야기는 바다거북이는 매일 밤 모래사장에 왔다간다는 것이다. 바다거북이는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거북이는 대부분 10~30정도의 알을 낳지만 바다거북이는 100~2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자기 집이 없는데도 걱정도 안 되는지 바다거북이 품안의 모든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항상 캠핑을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사실 집을 이동하고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고 해야 하는 것이 캠핑이 아니라 바다거북이와 같이 인생의 당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것이 캠핑과 같이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캠핑장에서 자고 일어나 “출발 고고씽!”하고 소리쳐봐야 남는 건 캠핑 같은 느낌을 만들려고 애쓰는 우리들 모습만 보일뿐, 시간 나면 편안하게 쇼파에 누워 있는 것도 캠핑이고, 멋쟁이 하비카라반 타고 멀리 가는 것도 캠핑이고, 배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는 것도 캠핑이고, 생활 속 캠핑을 즐기는 바보캠퍼가 될 수 있는 우리들의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 가자!

 

“바다거북이는 집 걱정도 없고, 자식 걱정도 없고, 먹을 것 걱정도 없이 하루하루가 캠핑 같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아쉬움이 남는 시간들이지만 바보캠핑으로 세상의 시작에서 세상의 끝까지 함께 즐거운 캠퍼가 되기를 소원한다.

 

 columnist + 고길준 (바보여행생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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