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vs 스텔스모드, 서로의 입장 차이 여전
차박 vs 스텔스모드, 서로의 입장 차이 여전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21.03.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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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합천 정모 현장, 행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RV.
코로나 19 이전 풍경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기사내용과 무관한 이미지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자기 입장에서 합리화한다. 당사자와 제3자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나는 그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이야기 하겠지만 누군가의 시선에는 불합리한 부분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오해는 더욱 깊어진다. RV, 캠핑, 캠핑카 관련 서로의 입장 차이, 미묘한 그들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본다.

자동차 공영 주차장은 주차를 위한 공간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차를 허용하는 자리이다. 특히 가로, 세로 방향으로 주차 라인이 그려져 있다면 정확히 이 라인에 맞추어 주차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다.

간혹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편하고자 하는 이유만으로 외부에 의자를 펴고 테이블을 편 후 고기를 굽기 시작하는 일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런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공용 주차장에서 정해진 주차 라인을 따라 캠핑카를 세우고 주변을 관광한다거나 강변 산책로를 걷는 행위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간혹 세로 주차 라인에 혼자만 가로 주차를 한다거나 ㄷ자로 둘러쌓아 차벽을 두르는 행위는 부적절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늘이 없어 캠핑카의 어닝을 펼치는 행위도 민폐에 해당한다. 차라리 사람의 왕례가 없는 곳이라면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지만 공용 공간을 점용하는 순간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문제의 소지는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게 된다. 수 십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넓은 주차장, 아무도 없기에 무심히 텐트 하나를 옆에 설치하고 한 끼 식사를 하다보니 주차장에 차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빙글빙글 도는 자동차까지 생긴다. 주차 공간을 못 찾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 광경은 상당히 거슬릴 것이고 화가 날 것이다. 장소를 선점하거나 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일행이 올 것이다, 다른 장소도 남아 있는데 왜 여기에 세우려고 하냐는 이야기가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차박모드, 스텔스모드라는 신조어는 캠퍼와 알비어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단어에 불과하다. 차박 모드라면서 트렁크를 열고 후면부에 텐트를 결합한 순간부터 차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토 캠핑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주차장에서 캠핑 행위를 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스텔스모드? 조용히 차 안에서 잠만자고 이동해 누구도 안에 사람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의미에서 스텔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차박과 거의 동일한 의미지만 자동차로 하면 차박 개념이 되는 것이고 캠핑카로 하면 스텔스모드가 된다. 휴게소에서 외진 주차 라인에 딱 맞추어 차를 세우고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캠핑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캠핑카나 카라반을 타고 있다고 해서 캠핑 행위로 보는 것 역시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이동 중이라면 운행 중인 자동차이자 피견인차일 뿐이다. 캠핑카=캠핑은 아니다. 캠핑카도 장거리 이동 중에는 주차장에서 쉴 수 있고 졸음 운전을 피하기 위해 잠시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캠핑카 안에서 잠깐 잠을 잤다고 해서 캠핑으로 보진 말라는 의미이다.

차박, 스텔스 모드는 이 정도에 걸맞는 단어이다. 밖으로 무언가 꺼내기 시작하고 늘어놓는 순간부터 캠핑으로 바뀐다. 앞에서 언급했듯 캠핑은 장소에 제한을 받는다. 주차장에서의 캠핑은 불가,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의 화기 사용, 조리, 요리는 금물이다.

이제는 캠핑카 사용자의 입장으로 넘어가 보자. 내가 어렵게 캠핑카를 구입해서 어딘가로 이동 중이거나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캠핑카 금지!'라는 현수막은 누구를 위한 규정일지 궁금해진다. 주차장 내에서 캠핑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장 입구에서 캠핑카를 세우지 말라는 것은 차별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좁은 도심 속의 공용 주차장에서 대형 화물차나, 컨테이너 차량 진입을 막는다면 안전상의 이유로 납득할 수 있다지만 낯선 지역을 처음 방문한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될 것이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고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여건 하에서 특정 자동차를 제한하는 조치는 불합리한 규제로 보인다. 물론 5등급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다거나 일부 도로를 상황에 따라 통제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대안책 없는 금지 조치는 또 다른 부분에서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캠핑카와 카라반 등의 RV는 자동차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카라반은 견인차와 연결된 상태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최소 7미터에서 최대 12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버라는 장치를 이용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도 가능해 좁은 공간에 주차할 수도 있다. 엄연히 세금을 내고 등록 후 번호판을 받은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카라반은 자동차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캠퍼, 알비어 행동과 생각이 변해야 한다!

캠핑, 차박 인구와 캠핑카, 카라반이 급증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이 문제가 일부의 일탈로 인한 행동이라고 해도 그 파장은 나비효과와 같다. 내가 무심코 버린 휴지 하나로 인해 쓰레기 문제의 원인이 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장소가 폐쇄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에서 느꼈을 것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차박이니 괜찮을 거야’, ‘난 스텔스모드니’ 이런 논란에서 예외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충분한 심리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지역 주민과 담당 공무원의 입장을 이해할 순 있다. 내 집 앞에서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온다면 나라도 나서서 개선책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잠시 줄었다가도 다시 터지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작은 문제를 덮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을 썼다가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사람이 변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책임을 묻기는 쉽다. 캠핑카 금지 현수막 설치 이후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적절한 대응이었겠지만 여전히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다른 방안과 대책을 세워야지 현상 유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보도, 실제 현장 답사를 통한 대책 마련이 없는 상태에서 탁상행정만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구시대적인 발상일 뿐이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다수의 타지인일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이 막히고 폐쇄되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며 이런 무분별한 행위를 이어나갈 것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모든 지역이 막힐 때까지 반복될 것이다. 차라리 처리 비용에 합당한 사용료를 받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실효성을 보일지 모른다.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더욱 큰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란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 기사에 사용된 사진은 지자체 협조 하에 진행된 행사 사진으로 내용과는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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