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
  • 더카라반
  • 승인 2017.01.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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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

TOUR / SPECIAL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  

 

 

 

2014년 말 폐차 직전의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페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안데스 산맥을 넘고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지나서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축구와 소고기의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Argentina. 남미 대륙의 남동부로 길게 이어진 아르헨티나를 낡은 마을버스로 달렸다.

 

 

 

 

 

 

 



 

 

국경 통과

페루 리마를 출발한지 보름 만에 볼리비아-아르헨티나의 국경 도시인 비야손 Villazon에 도착했다. 이미 페루-볼리비아 국경을 육로로 넘은 경험이 있는 우리는 사람과 버스의 서류를 미리 챙기고 국경 통과를 준비했다. 이전 국경에서는 간단한 서류심사만으로 사람과 버스 모두가 무사히 통과했다. 이번에도 사람은 간단하게 통과했지만, 마을버스가 문제였다. 아르헨티나의 세관원들은 작정한 듯이 버스의 짐칸 구석구석을 뒤지고 심지어는 벽을 뜯어내기까지 했다. 결국, 날이 어두워진 이후에야 검사를 마치고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볼리비아에서 넘어온 처음 보는 한국산 버스라서 특별한 관심을 받은 것이다.

 

 

 

 

 

 



 

 

살타 Salta에서 새해를 맞다

 

2014년의 마지막 날은 아르헨티나 살타 Salta의 야영장에서 지냈다. 평소라면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면서 지냈겠지만, 한국은 이미 12시간 전에 새해를 맞은 후였다.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연말이라 아주 외로웠다. 그나마 캠핑카로 남미를 여행 중인 가족을 만나서 쓸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캠핑카 내부를 둘러보니 기본적인 개조만 한 마을버스에 비해서 여행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안락한 캠핑카를 타고 가족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가족을 보면서 매우 부러웠다.

 

 

 

 

 

 



 

 

 

아르헨티나, 험악한 도로

 

새해 첫날, 아르헨티나 첫 번째 목적지인 이구아수 폭포를 향해서 출발했다.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이구아수로 가는 길은 살타 Salta에서 레시스텐시아 Resistencia까지 곧게 뻗은 16번 도로를 700km 넘게 달려야 하는 먼 거리였다. 실제로 도로에 들어서니 구글 지도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도로는 무너지고 패여 있었다. 어느 정도 운행을 하다 보면 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진 도로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뿐이었다. 구멍들을 피하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그대로 달리다가는 도로 위에서 밤을 맞을 수도 있었다. 결국, 험악한 도로 상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운행하다가 고장 난 브레이크를 수리하면서 목적지인 이구아수 폭포에 도착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을 감상한 후에 이틀을 꼬박 달려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5월 광장의 7월 9일 대로와 오벨리스크를 바라보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우리는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에서 만난 남미의 독립영웅 산 마르틴 San Martin의 묘 그리고 에바 페론이 잠들어 있는 거대한 공동묘지 레콜레타 Recoleta를 돌아보면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화려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탱고였다. 평소 춤을 직접 추거나 보는 것을 즐기지 않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탱고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냈다. 탱고를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탱고가 처음 시작된 항구인 보카 지구의 야외무대나 역사 깊은 카페 토르토니의 전문적인 공연도 좋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밀롱가의 한 탱고 클럽이었다.

 

 

 

 

 

 



 

이곳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는 일반인들이 탱고를 즐기는 모습을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이 함께 모여서 춤을 추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생활 속에 녹아있는 탱고의 진한 멋을 느낄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

 

세계 일주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현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낡은 마을버스는 우리와 배낭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었다. 세계 각지의 길에서 만난 배낭 여행자들은 고단한 여행 도중에 우리 버스를 타고 잠시나마 편안한 여행을 즐겼고, 우리 또한 여행자들에게 현지의 정보나 언어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세계를 일주하는 도중에 만난 많은 친구 중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두 커플은 특별했다. 스페인 청년 다비드와 프랑스 숙녀 아들린은 마을버스로 함께 여행한 첫 번째 배낭여행자들이었다. 다비드는 아르헨티나에서 사는 어머니의 친구인 아들린과 함께 여행하는 도중에 우리를 만났다. 히치하이크로 차를 얻어 타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낭만적인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은 연인인 줄 알았지만,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숲속 야영장에서 함께 야영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우정을 쌓았다.

 

 

 

 

 

 


 

 

 

 

길에서 만난 행운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도시 바릴로체 Bariloche에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은 신혼여행으로 남미를 여행 중인 한국인 신혼부부를 만났다. 우리는 단숨에 의기투합하여 함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바릴로체 근교의 도로를 달리다가 말을 탄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인 가우초 Gaucho들이었다. 길에서 만난 모처럼의 행운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버스를 돌려서 행사에 참석했다. 무대에서는 신부가 가우초들을 축복하는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흥겨운 음악과 춤이 이어졌다. 우리는 가우초들과 함께 춤추고 말에 타보기도 하면서 뜻밖의 행운을 즐겼다.

 

 

 

 

 

 


 

저녁에는 멋진 호수 주변의 야영지에 자리를 잡았다. 호수 주변에는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가족들이 많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서 우리만이 남았다. 설산에 둘러싸인 울창한 숲속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웠다. 지구 반대쪽 끝, 아르헨티나에서 여행 중인 한국인 신혼부부와 프랑스 배낭 여행자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모여서 잊을 수 없는 하룻밤을 보냈다. 모닥불은 밤새도록 타오르고 맛난 요리 먹고 마테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길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행복한 추억

 

 

 

 

 

 



  writer + photographer 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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