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에 관하여
고마움에 관하여
  • 더카라반
  • 승인 2015.06.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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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에 관하여

COLUMN
 

 


고마움에 관하여

 

 

 

 커피향이 좋다.

 

 

항상 보는 하늘이지만, 볼 때마다 다르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을 보면 가끔은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감상에 빠질 수 있는 시간도 잠깐…. 쩌렁쩌렁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날 똑 닮은 아들들이 개구리를 잡아왔다. 논두렁에 빠졌는지 옷은 진흙투성이고, 신발은 더 가관이다.

난, 엄마한테 잔소릴 들을 아이들이 걱정이지만, 올해 여덟 살인 아들은 앞니 빠진 모습으로 히죽대며 날 쳐다보고, 형을 따라 바삐 다닌 둘째는 자기도 개구리를 잡아 달라며 작은 입술을 쭉 내밀고 있다.

화가 날법도 하지만 귀엽다. 작은 손을 양손에 잡고 의자에서 일어난다.

아이들이 웃는다. 그리고 내 볼에 뽀뽀한다. 고맙다는 뜻이다.

 

 

 

 

아내는 저만치에, 등받이를 눕힌 의자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은 듯, 누운 듯 있다.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멍하니 한곳만 응시하고 있다.

아내는 그게 좋단다.

솔직히, 난 생각한다. 바지런히 움직이면 좋으련만, 아내는 심심한 듯 그렇게 있는 게 좋단다.

아내는 심심할 틈이 없단다. 아니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엄마’이기에 바쁘다.

아이들 목소리를 들었는지 날 쳐다본다. 난 좀 더 심심하게 놔두려고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뜬다. 아내가 날 보고 웃는다. 고맙다는 뜻이다.

 

 

 

난 ‘일마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일만해’라고 부른다. 바다가 좋아 낭만적으로 붙여본 이름은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그렇다. 밖으로 나오면 할 일이 많다.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고 오니, 옆자리에 아까부터 텐트를 치고 있는 한 가족이 보인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물기 탈탈 털고 가본다. 방향만 잘 잡아주니 일이 금방 풀렸다.

조금 이따 옆집에서 먹기 좋게 썰어 놓은 수박을 가져다주었다. 고맙다는 뜻이다.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종일 내리쬐던 햇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다. 어둑어둑해진 이곳은 조금 쌀쌀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엄마 바라기 둘째도 따라 일어선다.

지금부턴 내 시간인가 싶지만, 큰 아이는 모닥불을 피잔다. 오늘도 구운 고구마를 먹으며 나랑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 모양이다.

화로를 준비하려니, 한쪽 구석에, 아까 잡은 개구리가 청승맞아 보인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지만, 저대로 둘 순 없다.

“범석아. 개구리, 엄마한테 보내주자.”

“그래.”

개구리가 폴짝거리며 간다. 어디론가 금세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난 한참을 서서 본다. 고맙다는 뜻이다.

 

 

 

난,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안다.

 

 

‘고마움’의 의미를….

그리고 내가 고마워 한 오늘 이곳이, 내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아들과 함께 조관우의 ‘하늘, 바다, 나무, 별의 이야기’를 들으며, 푸근했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김기용 스타카라반 대표 일마레로 활동하는 열혈RVer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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