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별장, 전원주택, 오름새 캠핑장
나만의 별장, 전원주택, 오름새 캠핑장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3.02.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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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별장, 전원주택, 오름새 캠핑장

 

 

자연에 들인 집 ‘따로 또 같이’

어디까지 내려가야 접점을 찍을까? 끝도 없이 떨어지는 겨울날씨에 몽골텐트 지붕 위로 피어나는 연기가 운치를 더하며 객을 맞이한다. 펠릿스토브 하나로 실내 온도는2 3℃를 유지하고 있다. 훈훈해져 외투까지 벗고 나누는 대화는 따뜻하기만 하다.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오름새 캠핑장은 ‘캠핑장’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국내에서 느껴지는 캠핑장이란 1박 2일 또는 2박 3일 짐을 풀었다가 거두어가는 곳이 아닌가.

오름새는 ‘정박형’ 캠핑장이다. 일반적인 캠핑장과 다른 특별함은 비단 머무는 것 에만 있지 않았다. 나만의 전원주택, 사시사철 예약 없이 방문하는 나의 캠핑장, 오름새 캠핑장에는 18가구가(캠퍼가 아닌 가구라고 칭하는 게 참 잘 어울린다) 카라반과 텐트를 정박해 두고 시간이 날 때 마다 혹은 주말마다 지내러 온다. 가족과 지인과 함께 때론 혼자도 좋아, 완전히 문명을 등지지 않고 집을 자연에 들여놓은 사람들. 18가구는 그렇다. 국내 캠핑 1세대쯤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미 열혈 캠퍼인 그들은 자연과 동화되고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필요한 물건이나 연료 등은 일부러 주변 상권에서 구매하고, 이곳 원주민인 어르신들과도 예의를 다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지낸다. 이웃이라고 서로의 사생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관찰하지 않는다. 무관심이나 지나친 관심 없이 바라봐준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오름새에서 친구를 사귀고 신나게 뛰어 논다. ‘조용히 해’라고 꾸중하는 어른은 없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도록 마음을 써주자’고 어른들은 행동 수칙을 정했다. 이는 어른에게도 적용된다. 술 마시고 늦게 까지 놀지 않기, 지인을 초대했을 때는 이웃에게도 알리기. 진입로와 주차 공간 등이 협소한 탓에 이웃의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까다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쉬는 곳에는 열린 마음과 배려가 진리다. 오름새의 총무이자 막내로 통하는 이경전 씨는 이 열린 마음과 배려로 이웃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선한 눈매에 행동 하나하나에 진실이 담겨있는 그가 데크 앞의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자 이웃들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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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자 음악 살롱 ‘로망 실현’

“커피 좀 드릴까요?” 이경전 씨가 영화관이자 음악 살롱인 자신의 몽골텐트에서 달콤한 커피를 내간다. 이웃들의 웃음소리 중간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우렁차게 섞여든다. “오름새에 들어오고 월요병이 없어졌어요.” 세 아이의 아빠로 직장에서는 기획팀장으로 치열(?)하게 살 30대의 남자에게 월요병이 없다니, 참 부럽지 않은가? “여기와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뭔 줄 아세요? 청소, 정리예요. 월요일이 되면 즐거운 궁리를 해요. 편리하게 뭘 좀 바꿔볼까? 그래. 다음주에 가서 그걸 한 번 설치해보자! 그러고서 혼자 막 신나는 거죠.”
집에서도 안 하는 청소, 정리를 하면서 신이 난다. 이것저것 즐거울 궁리를 하면 웃음이 번진다. 오름새는 그의 로망이 실현되는 곳이다.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던 그는 아직 젊다. 로망을 당장 실현시키기에는 포기할 것도 염두에 둘 것도 많았다. 살기 위한 곳 이므로 직장, 자본, 매달 들어가야 할 관리비, 유지비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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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사는 게 아니라면 비용대비 훌륭한 내 집이 생긴 거죠. 아이가 셋인데 온 가족이 캠핑을 가면 짐을 싸고 펼치고 다시 철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게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급하게 가봐야 할 일도 있었고요. 오름새에 들어오고는 그런 애로 사항이 사라졌죠. 날이 풀리면 캠핑 트레일러를 타고 여행을 다니겠지만 오름새는 영원한 우리 가족 캠핑장으로 있을 거예요.”
한 달이면 8번을 머무는 이곳에서 그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휴일을 보낸다. 오름새를 만끽하는 데는 앞서 말한 행동수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더불어 사는 마음 없이 이곳에서 지내긴 어려울 거예요. 남녀 화장실과 개수대가 한 공간에 있는데 남자들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여자분이 들어가면 바로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고요. 쓰레기는 되가져가거나 쓰레기봉투를 이용해서 꼭 처리하고 전기는 공동의 사용료를 내는 만큼 전력량이 큰 기구는 쓸 수 없어요.”

오름새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입주민 회의라는 것을 거친다. 이경전 씨가 말한 ‘더불어 사는 마음’을 충분히 가진 사람인가, 알기 위한 과정이다.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으로 정해놓은 규범이 무너지고 작은 공동체가 흩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걸어 놓은 이 장치는, 조건이 아닌 마음 심사를 하는 것이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오름새는 연간 회원이 되어 사용하는 캠핑장으로 한 가구당 1개 혹은 2개의 사이트를 갖고 있다. 현재 입주 상태는 만원이지만 전원주택의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면 특별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나만의 별장, 가족의 전원주택,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캠핑장이 궁금하시죠? 오름새는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있어요. 놀러오세요. 늘 환영입니다. 참, 오실 때 미리 연락 주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editor 정율희 + photographer 신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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