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 큰 마인드 Small House Big Door
작은 공간, 큰 마인드 Small House Big Door
  • 더카라반
  • 승인 2015.05.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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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 큰 마인드 Small House Big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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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 큰 마인드 Small House Big Door

 

 

 

인생에서 유난히 애정 어린 순간들이 있었다. 고사리 손으로 부모님께 만들어드린 종이 카네이션, 첫사랑에게 쓴 연애편지, 배낭 메고 걸었던 여행길, 힘겹게 벌었던 첫 월급…. 별것 아닌 소소한 일들일지라도 ‘내’가 온전히 주인이 되었기에 반짝이는 순간들이다. 서울시 중구에 가면 예술가들의 땀과 웃음으로 만들어진 부티크 호텔이 있다. ‘스몰 하우스 빅 도어(Small House Big Door)’다.

 

 

 

 

 

 


간단하고 편리하게, 디자이너의 정성이 묻어나는 공간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54년 된 낡은 물류창고가 있었다. 4인의 디자이너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기존 건물의 존재성은 유지한 채, 그들은 숨 쉬고 꿈꾸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꺼내보았다. 여행지에서 얻은 아이디어, 디자인 그리고 호텔 근무 경험까지 동원하였다. 이렇게 신진 디자이너 그룹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s)’에 의해 오래된 건물의 역사는 새롭게 이어졌다.

 

 

 

 

 

먹거리 골목을 옆에 두고 아담한 건물 한 채가 보인다. 테라스가 있는 하얀 건물 왼쪽에 짙은 회색빛의 큰 문 하나. 호기심 가득 안고 문을 열었다. 리셉션에서 직원이 건네는 밝은 인사가 들린다. 뾰족한 별 모양의 시계, 네모 패턴의 카펫, 편안하게 누워보고 싶은 빨간 의자까지 그 감각이 심상치 않다. 체크인하고 받은 열쇠에 달린 입체 키홀더와 직접 만들었다고 건네는 웰컴 초코쿠키까지 평범한 것은 없었다.

 

 

 

 

 

 

 

하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과 맞닿은 4층으로 간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유리로 된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이곳을 더욱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객실 문을 열자 다시 또 밝은 공간이 나타났다. 벽도 커튼도 침구도 전등도 모두 하얀색이다. 보물찾기하듯 방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접이식 벽 안에는 TV와 수납장, 냉장고가 숨겨져 있다. 폭신한 침구와 매트리스를 지지하는 침대의 나뭇결은 원목 느낌대로 살아 있다. 자작나무로 만든 아치형 티 테이블에는 빨간 포인트를 주었다. 3D 프린터로 인쇄한 전등갓 2개를 연결하여 천장에 달았고, 침대 곁의 등은 벽 이곳저곳에 떼었다 붙일 수 있게 하였다. 세면대에는 삼면에 전면 거울을 설치하여 상상의 공간이 끝없이 펼쳐지게 하였다. 욕조 옆에 세워놓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사다리는 옷과 수건을 걸어놓기에도 적합한 아이디어였다.

 

 

 

마음은 ‘Open', 공간은 'Bigger'

저녁 불빛을 적시며 촉촉하게 봄비가 내렸다. 4층 복도 천장 유리에 빗방울이 번져 간다. 고요함을 벗어나 함께 어울리고 싶어 방을 나선다. 1층의 리셉션과 갤러리, 비스트로는 한 공간 안에 어우러졌다. 카운터는 고객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열려 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예술 홍보물을 찬찬히 살펴본다. 저녁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옆에 걸린 세 점의 그림이 조명을 받아 빛난다. 확 트인 전면 유리 너머의 테라스를 비가 적시고 있다. 디자인, 음악, 요리, 사람,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봄날 밤이다.

 

 

 

 

 

이 호텔을 직접 구상하고 만든 남정모 대표는 ‘열림’과 ‘나눔’의 공간으로 이곳을 설명한다. 첫 번째로 일단 ‘공간’을 열었다. 1층 비스트로는 근방의 직장인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 점심 식사 후, 차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르고 퇴근 후 요리와 함께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이곳에 와서 갤러리의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소식지를 읽는다. 비스트로에 위치한 콘크리트 벽면과 계단식 공간도 프레젠테이션과 컨퍼런스를 위해 대여해준다. 매달 5층 라운지에서 열리는, 예술가들의 루프탑 파티에는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문화를 나눈다.

 

 

두 번째로는 ‘디자인’을 열었다. 객실과 비스트로의 가구들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디자인 메소즈는 이러한 디자인 문화를 많은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제작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 소스(Open Source)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감과 공유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마인드’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공동 작업(Collaboration)을 할 수 있다. 재미있게 즐기는 것에 정답은 없다. ‘콘텐츠와 사람이 만났을 때 빛이 나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고 남 대표는 말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권위적 태도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도 형성하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를 찾지 않고 모두가 함께 해결하기 위함이다. 손님들에게도 약점을 공개하고 교감하려고 한다. 정화조가 있던 자리에는 오래된 건물의 냄새가 나고, 옛 건물이기에 객실마다 보일러가 따로 있어 온수의 용량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호텔의 단점을 남 대표는 스스로 밝혔다. 질리지 않도록 꾸준히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남 대표의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21-4층-객실에-붙어-있는-깔끔한-테라스는-맑은-날-파티를-즐기기에-좋을-듯하다

 

 

25개의 객실을 가진 작은 호텔 ‘스몰 하우스 빅 도어’는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 공간적 디자인에 주목했다. 간단하면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소한 부분에서도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디자인이 아니라, 생활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디자인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디자이너들의 진지한 고민과 땀, 소통을 위한 열린 마음이 있어 한없이 커지는 공간이다. 봄비가 메마른 것들을 적시고 있다. 일상 속에서 굳은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이곳에 와 보자. 스스로 디자인을 느끼고 나누며 내 인생에서 애정 넘치는 또 하나의 순간이 빛날 것이다.

 

 

 

 

 

writer + photographer 김수현,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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