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비 움
마음을 비우란다
두 손을 움켜쥐고 사는 우리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비워서 비는 자리를 감내하지 못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겨울나무를 보자
애써 가꾼 푸름도 고이 물들인 단풍도 여지없이 제 몸에서 떨군다
떨어뜨리지 않으면 새 순은 없다.
오늘도 채워진 주전자에 물을 담고 있진 않는지
비워야 채워지는 진리를 머리로만 이해하며 살고 있진 않는지
비워야 할 때 비울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선 움켜진 손에서 힘부터 빼보자
아무것도 없는 손을 펴야 세상을 쥘 것이 아닌가
writer + photographer 초막 장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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