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ing의 변질
RVing의 변질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3.10.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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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ing의 변질

co-vo9   RVing의 변질

“애물단지죠 뭐… 이제 와서 그만두기도 그렇고요…….”

몇 달째 주차장 한구석을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는 캠핑트레일러를 바라보며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지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RVing의 열기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줄 몰랐다는 마지막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가장으로서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큰맘 먹고 장만한 고가의 장비를 자주 사용하지도 못하고 방치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짧은 기간에 여러 대의 RV를 바꾼 이력이 있다. 매번 그럴듯한 이유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고 한동안 각종 옵션들로 치장하는데 공을 들이고 나서는 더 이상 꾸밀 것이 없어지면 흥미를 잃어 헐값에 매각하고 새로운 상대를 찾아 나서곤 했었다.

그에게 RVing은 가족들과의 힐링이 아니라 그저 자기만족과 ‘장비바꿈질’일 뿐이다.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이기기 어렵고 무서운 신이 둘 있는데 하나는 ‘지름신’이고, 나머지는 ‘바꿈신’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입문자에게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이웃한 캠퍼들의 화려한 장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고, 여러 번의 금전적 시간적 손실을 거쳐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장비의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당연히 치러야할 대가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국내 RVer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친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모습은 은퇴한 60-70대의 노년층이 대다수를 이루는 관련 선진국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살고 있던 거처를 정리하고 대형 RV를 집삼아 일 년 내내 전국을 여행하는 ‘풀타임 알비어’의 비율이 높은 선진국과 달리, 국내 RVer들은 주로 2박3일 정도의 짧은 야외생활을 즐기는 젊은 주말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레저보다는 경제활동에 우선순위를 빼앗기는 국내 여건상 투자비용 대비 손실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잦은 RV의 바꿈이 반복된다면,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 질 수 있기 때문에, RV의 신중한 구입과 더불어 애정을 쌓으며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길 권고해 본다.

  심석범
‘김치좋아 캠핑좋아’ 매니저로 ‘김치좋아’ 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RVing을 즐기는 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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