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V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며 독특한 한국 캠핑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독특함에는 한국적인 정서와 캠핑 환경 그리고 국내 제작사의 차량 베이스가 한정적이라는 원인을 꼽을 수 있다. 2020년 국내 RV 시장에 또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차 레이, 레이의 이유있는 변신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국내에는 경차에 대해 불안한 차, 동네 마실용 혹은 힘없고 저렴한 차라는 등의 성능에 대해 비하하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경차라는 자체가 엔진 성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차의 혜택에서부터 실제 사용 시의 부족한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증명하듯 여러 대의 경차를 타면서 경차라서 유독 부족한 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경차도 소형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고 때론 해치백 타입보다 더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가진 레이를 만나서 실제 업무용으로 활용하면서도 엔진의 가벼운 소음 외에는 크게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경차를 베이스로 캠핑카를 제작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도가 있어왔지만 2020년 새롭게 캠핑카의 베이스로까지 주목받게 된 것에는 지난 2월말 캠핑카 법의 개정으로 인해 경차도 당당히 캠핑카로 등록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경차 레이 베이스의 캠핑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바로 카라반테일을 통해 판매 중인 로디 모델이다. 가장 저렴한 모델은 500만 원의 비용으로 캠핑카의 베이스로 변신이 가능하고 새차를 기준으로 2천만 원 중반이면 풀옵션 사양의 모델을 구입할 수 있어 젊은 층의 캠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만간 쉐어링을 통해서도 저렴한 비용에 로디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디의 핵심 요소는 전면부의 회전, 변환 시트를 통해 실내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2인 구성이란 단점을 안고 있다. 이런 단점을 새로운 방법으로 헤쳐나간 모델은 마레의 레이밴이란 경쟁 모델이다.
레이밴 모델은 실내의 취침공간이 가변형이라 승차 인원과 취침 인원에 대한 색다른 방법을 적용하기에 이른다. 후면부의 취침공간에는 시트의 플랫 후 에어매트를 활용해 평탄화를 마무리했고 추가 2인 취침 구성을 위해 과감히 루프를 절개해 내부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루프탑텐트를 고정하였다.
측면에는 어닝을 설치하였고 후면부에는 주방 시설과 각종 편의 시설을 위한 후방 확장 텐트까지 결합해 실용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경차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스타일로 변신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경차 레이를 캠핑카로 만든다고? '웃기고 있다'란 반응을 보이는 댓글러들에게 몇 가지 사항을 이야기해본다. 스타렉스, 카니발이라면 2열 이후 공간에 몇 사람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까? 결론은 2명이다. 물론 등받이가 울퉁불퉁하고 평탄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 상황은 르노 마스터 역시 비슷하다. 레이 역시 취침 인원은 2명이 적정선이다. 루프탑텐트를 활용해 추가 2인의 취침공간을 확보한 점은 신의 한수다. 루프랙을 올리고 캠핑용품을 올려 한 껏 멋을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지하 주차장 출입은 물론 고속 주행 시의 소음과 설치, 해체가 가능한 일체형으로 제작한 점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수납공간에 대한 문제와 적재 등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견인 장치를 통해 소형 카고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것도 가능해 스타렉스와 맞먹는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내부에서의 생활공간에 주목한 로디와 외부 확장성에 주목한 마레는 동일한 베이스를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제작사에서 레비란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레이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캠핑과 등산에 있어서도 리빙쉘 타입부터 1인용 알파인 텐트가 있듯 대가족을 위한 캠핑카부터 1~2인을 위한 미니멀한 타입의 소형 캠핑카가 주목받고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써보지 않고 일단 키보드부터 두드리는 프로 불편러들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모델을 비교하고 구입 계획을 세우는 캠퍼들과 알비어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길 바란다. 이 시장은 점차 세분화되며 확장되고 있다. 보편적인 기준과 잣대를 대서 맞다, 틀리다를 논할 가치가 없다.
위의 사진처럼 수많은 RV 카테고리 중에 경차 베이스의 캠핑카가 하나 더 등장했고 주목받고 있다는 트렌드의 변화를 인지하면 될 뿐이다. 누구나 쉽게 캠핑카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즐기게 된 점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에 걸맞는 생각의 전환과 쓰레기, 주차 등의 알빙 문화와 에티켓에 대한 노력도 요구된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환경 개선과 준비도 필요한 시점임을 이해하길 바란다.
코로나 19 이후에 주목받고 있는 차박 문화는 이 시장을 가속화시키며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차박 문화에 있어 알빙 문화와 다른 점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야외에서의 활동을 늘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묻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자세한 모델에 대한 정보와 안내는 7월초 킨텍스에서 개최될 예정인 캠핑&피크닉 페어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작사들은 경차 베이스로 제작될 수많은 모델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열린 마인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