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집, 평택 트리하우스
나무 위의 집, 평택 트리하우스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12.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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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쾌청한 어느 가을날, 책장을 뒤적이다 오래된 책 한 권을 찾았다. 꼬질꼬질한 겉표지와 누렇게 바랜 종이, 형태를 알 수 없는 자그마한 벌레의 시체가 붙어있는 그 책은 닫혀있던 기억의 문을 슬그머니 건드린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초원의 집’이라는 미드와 주근깨의 괴력소녀 삐삐, 톰과 허클의 모험 이야기. 특별한 하루가 필요해졌다. 

# 네버랜드, 웬디, 팅커벨

트리하우스는‘하늘과 땅 사이 혹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 즈음’에 있는 공간이라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생뚱맞은 곳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결국 돌아서 다시 찾아가야 했다. 놀랍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름 재미있기도 했다.

들어선 입구에는 보더콜리 한 마리가 늘어지게 자고 있다. 보더콜리가 누워 있는 곳에는 작은 농구 골대가 있고 카페를 겸하는 건물이 하나 있다. 지금은 사무실로 쓴다고 하여 안타깝게도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사무실 뒤쪽으로는 두 채의 펜션이 마주 보고 있다. 들어선 공간은 굉장히 넓었다. 20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펜션이었다.구경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다. 각각의 방은 모두 복층의 구조로 되어 있고, 복층의 모양새는 다락방과 닮아 있다. 거실을 가운데 두고 벽 쪽으로 방이 있기 때문에 단체 모임 시에도 좋을 듯하다. 항상 밤새 노는 사람들과 일찍 자는 사람들이 있으니 서로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 

입구에서 오른쪽은 주방,왼쪽은 거실인데 정중앙에 커다란 나무가 집을 받치듯 떡하니 버티고 있다.한동안 넋을 잃고 실내 풍경을 바라보았다.높은 천장과 천창,창 위에 떨어진 나뭇잎에 쏟아지는 햇살.그것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따끈따끈했다.나무를 중심으로 의자가 널찍하게 놓여있고,붉은 벽을 배경으로 놓인 오래된 궤짝과 난로는 동화책 속에서 방금 꺼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맞은편 펜션의 거실은 어느 영화 속 별장 같다.창문 앞 책상에 잠시 앉아보니 소설책 한 권쯤은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생각만.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서2층 방안 풍경을 슬쩍 본다.롤러스케이트 모양의 스탠드와 세모난 천창,나무계단과 밧줄.다시 탐험을 시작했다. 

2층 침실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웬디와 그 동생들이 실제로 이런 방에서 피터팬을 만났을 것 같은 방이다. 2층에도 역시 다락방이 있었는데 가파른 수직의 계단에 밧줄이 대롱대롱 걸려 있다.밧줄을 잡고 천장 밑방으로 올라간다.작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이 귀엽다.

# 나무 위의 집 

허클베리 통나무집
허클베리 통나무집

트리하우스에는 톰의 통나무집과 허클의 통나무집이 있다. 허클의 통나무집은 작은 산장 같은 느낌인데 아기자기하고 아늑하다.

톰의 통나무집
톰의 통나무집

톰의 통나무집은1, 2층으로 되어 있어 두가구가 가거나 아이들과 따로 지내거나 하면 될 듯하다. 독립적인 공간이니 아이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이곳 역시 내부에는 나무가 통나무집을 관통하고 있다. 나무를 그대로 살려 지은 집이라 그런지 더욱 운치 있다. 외부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거나 차를 마시면 된다. 전기도 마련되어 있고, 모기향도 넉넉하다. 

산과 나무와 집.얼마나 매력적인지.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 준비하고 멍하니 산 풍경을 바라본다. 언제 왔는지 트리하우스에서 키우는 또 다른 강아지가 쫄래쫄래 주변을 맴돈다. 

#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의자에 기대어 들고 온 책을 펼친다.‘톰 소여의 모험’.벌레의 시체는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고 노랗게 바랜 책표지를 열고 까슬까슬한 종이를 넘긴다. 어렸을 때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을 읽고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는지 모른다. 통나무 집,뗏목,짐,소년의 사랑.어두워지는 통나무집에 불을 밝혔다. 나무의 색과 이 불빛이 왜 이리 아름답게 어울리는지. 깊어지는 가을, 커피와 톰과 허클을 만나 나는 여행 중이다.

아이들에게는 소소한 체험이 될 수 있겠고,유년시절 톰과 허클을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즐거운 공상을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모기향을 여기저기 피워놓고,어느새 곁에 와 있는 강아지와 함께 소곤소곤 잡담을 나눈다.

다 식은 커피에서 짙은 가을이 느껴진다. 

글/사진┃여미현/신지영,  편집┃더 카라반(2017. 11-12월호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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