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그랜드캐년 캠핑카 투어
[투어스페셜] 그랜드캐년 캠핑카 투어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8.03.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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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랜드서클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직 그랜드서클에 대해 모른다면 당신은 럭키한 사람이다. 왜냐면 적어도 이 글을 읽고 나서 당신은 미국 서부여행의 반전문가가 될 것이고 캠핑카 여행을 얘기할 때 꽤 트렌디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 캠핑카 여행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가장 큰 기분전환이 되는 여행.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캡틴과 함께했던 미국 서부 캠핑카 여행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감동과 그리움이 여전하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가끔 지치거나 훌쩍 떠나고 싶을 때면 미국 서부 여행 때 사진을 보며 다시 추억하곤 한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여자 혼자 미국 여행’을 떠나는 것이 무모하고 위험하게도 느껴질 수 있었지만, 정말 즐겁고 안전하게 미국 여행을 한 만큼 내 선택에 대해 한치의 후회도 없다. 혼자 떠났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멤버들을 만났고, 지금까지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미국 배낭여행을 계획했고, 미국의 넓은 땅덩어리와 천혜의 자연을 가진 국립공원을 제대로 여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자료를 찾고 알아볼수록 미국은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잘 발달하지 않아서 온전히 100%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국립공원을 캠핑카로 여행한다는 점이었다.

더욱 재미난 사실은 미국인들은 100년 전에도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미국은 땅이 너무 넓어서 자연에서 여행하다가 다시 도시로 나와서 숙박이나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훼손하며 호텔을 짓느니 잠을 자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움직이는 집인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했었다고 한다. 미국 캠핑카 여행은 100년이 넘도록 미국을 여행하는 효율적인 여행방법이자 자연을 가장 사랑하는 여행 방법이었다. 이렇게 나는 캠핑카 여행의 매력에 단숨에 매료되었고 미국 캠핑카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의 든든한 집(HOME)이 되어 주었던, 캠핑카 

사실 처음 캠핑카 안에 들어갔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소 좁고, 홈페이지에서 봤던 모습과 조금 달라서 실망하였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

하지만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캠핑카와 캠핑장에서의 캠핑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트랜스포머 영화에서 나오는 자동차처럼 변신 과정을 거치면 한 대가족의 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모습으로 캠핑카는 매일 변신을 했다.

캠핑장에 도착한 대형 캠핑카는 정해진 캠핑 장소에 주차를 한 순간부터 새로운 기능을 발휘한다. 나를 비롯해 함께 여행을 했던 일행들은 공간 확장이 되는 걸 트랜스포머라고 우스갯소리로 불렀는데 나중에 캡틴이 알려줘서 알게 된 정식 명칭은 ‘슬라이드 아웃’이었다. 달릴 때는 좁게 만들어 기동성을 높였고 정착 중에는 내부 공간을 2배로 확장시키는 획기적인 기능이었다.

캠핑카에 대해 엄청난 놀라움과 흥미를 가지자 캡틴이 연이어 알려준 또 다른 숨은 기능은 바로 ‘오토 레벨 시스템’이었다. 캠핑카 아래로 바닥을 지지하는 4개의 고정 장치가 내려오는데, 이 기둥은 캠핑카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최첨단 기능이라고 했다.

안에서 생활하거나 잠을 잘 때 캠핑카가 흔들리지 않도록 수평을 조절하며 집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기능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편리함에 이런 숨은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괜스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캠핑카가 너무나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닌가.

또한 내부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캠핑카는 움직이는 집이나 다름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독립적으로 있는 것은 물론이며, 실제로 주행 중에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서 급할때 정말 유용했다. 또한 장거리 이동시간에 지칠 때는 침대에 누워서 자면서 가는 편안함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캠핑카에는 이 밖에도 밥솥,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냉장고, 커피 포트 등 완벽한 주방이 구비되어 있었고, 우리가 캠핑을 온건지, 럭셔리 글램핑을 하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편리했다. 마치 캠핑카 자체가 인간의 기술과 지혜가 집약된 노하우의 결정체랄까. 아침마다 캡틴이 내려줬던 커피 맛은 정말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캠핑을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저 하룻밤 잠만 자는 역할이 다였는데 미국 캠핑장은 정말 오랫동안 머물며 캠핑을 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보통 한 캠핑장에 여행을 오면 보름에서 한 달씩 머물다 가는데 그 이유를 캠핑장 시설에서 알 수 있었다. 캠핑카의 전기는 이동 중에는 발전기를 돌려서 쓰지만, 캠핑장에는 대형 전기 콘센트가 있어서 선만 꽂으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호수를 연결하면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수압이 있는 물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동 중에는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사용했다.

가장 내가 궁금해 했던 부분은 바로 하수 시스템 이었다. 이 또한 미국 캠핑장에서는 큰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수를 내보내는 호수를 연결한 후 선만 당기면 자동으로 아래로 빠져 나갔고, 주행 중에는 따로 저장하는 탱크가 있었다. 앞에서 설명한 전기, 상수도, 하수도 이 세가지를 풀 훅업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소정의 캠핑장 이용 요금을 내면 풀 훅업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런 시설 덕분에 미국인들이 오랜 시간 편안하게 캠핑장에서 여행 하는 것 같았고 나는 그런 여유가 마냥 부러웠다

사실 특정 장소를 ‘집’이라고 지칭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숙박 시설의 기능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구성원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겁도 없이 혼자 떠나온 미국 여행이 조금은 외로울 수도 있는 여행이었는데 나의 편안한 집이 되어 주었던 캠핑카와 여행을 하며 만난 이들은 나에게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고 결론적으로 이 두 요소가 나에게 잊지 못할 여행을 만드는 큰 힘이 되었다.

모든 캐니언들의 종결자로 불리는, 그랜드서클 소개

# 라스베가스

도박과 유흥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던 라스베가스는 카지노, 호텔 이 두 가지 정도 말고 기대하던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라스베가스의 값비싼 호텔에서 묵는 것도 아닌데 투어 중에 라스베가스 방문이 큰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달리 라스베가스 호텔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숨겨진 비밀 등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주시는 캡틴 덕분에 라스베가스의 별천지를 볼 수 있었다. 잠들지 않는 사막에 세워진 라스베가스는 단순히 유흥의 도시를 넘어 예술 도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캡틴 덕분에 많은 노하우와 지식을 얻어 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그랜드캐년

투어 일정 중에 가장 기대했던 곳, 죽기 전에 가야 할 여행지 1위로 꼽히는 대망의 그랜드캐년! 사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을 향해 달리는 동안 나와 일행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365일 중 360일이 구름이 없는 지역이지만 하필이면 여행을 간 날이 나머지 5일에 해당되는 불운(?)한 날이었고, 가는 내내 흐린 날씨와 거센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로 인해 경치를 잘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갑작스러운 추위로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나의 버킷리스트가 무산되는 것인가? 그랜드캐년에 다시 한번 오라는 신의 계시인가?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며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그랜드캐년의 캠핑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날이 개기 시작했고 우리는 무탈하게 대자연이 선사하는 장관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 모뉴먼트 밸리

모뉴먼트 밸리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이 없었던 터라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나 우려가 전혀 없이 백지상태에서 방문했었다. 미국을 캠핑카로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언제나 볼수 있었고 빌딩 숲이 아닌 뻥뻥 뚫린 대지와 수평선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 모뉴먼트 밸리가 더욱 그랬다. 몇 겹의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풍경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인간이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붉은 대지와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바위기둥, 그리고 지평선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은 황량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만큼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실제로 미국 개척전쟁 후 백인들은 나바호 인디언들에게 동부의 비옥한 땅, 뉴멕시코 인근의 땅, 황량한 모뉴먼트 밸리 이렇게 총 3곳을 제안했는데 나바호 인디언들은 주저 없이 선조의 얼이 남아있는 자신들의 성지인 모뉴먼트 밸리를 선택했다고 한다. 나바호족의 슬픈 역사와 모뉴먼트 밸리의 황량한 아름다움이 겹치며 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 엔텔로프 캐년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화려했던 곳을 꼽으라면 엔텔로프 캐년이 1위라고 말할 수 있다. 굽이치는 물과 부드러운 사암이 만나서 형성된 이곳은 정말 신비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캐년들과는 다르게 풍화 침식 작용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우아하게 깎인 암석은 정말 탄성을 자아낸다. 엔텔로프 캐년 안으로 빛이 들어올 때 마다 빛과 색깔, 그리고 그림자의 형태가 어우러져 시시각각 변하는 마법 같은 자연현상을 볼 수 있었다. 엔텔로프 캐년의 우아한 곡선과 안으로 살짝 떨어지는 빛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 여러 가지 색감이 몽환적으로 나타났다. 사진작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라는 이곳의 수식어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 브라이스 캐년  

사실 여행에서 이쯤 되면 워낙 화려하고 규모가 큰 캐년들을 만나서 내심 속으로 더 놀랄 만큼 멋진 곳이 있을까 싶었다. ‘이런 고지대에 뭐 별거 있겠어?’ 라는 나의 방심에 브라이스 캐년은 마치 코웃음을 치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정말 이번 그랜드서클 캠핑카 투어 6일은 미국 서부 여행의 종합 선물 세트 같았다. 아기자기한 돌탑들과 변화무쌍한 색깔로 아름다움은 뿜어냈던 브라이스 캐년은 해발 고도가 2,4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엄청난 양으로 운집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돌기둥들을 후드라고 하는데, 캡틴의 설명에 의하자면 아주 아주 옛날에 바닷속에서 토사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 솟아오르면서 지상으로 올라왔고 비와 강물의 힘으로 깎이고 지금 남아있는 것들의 현재의 모양이라고 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지 못할 것 같은 조물주의 조각품,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 자이언 캐년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자이언 캐년은 지층으로 인한 가로 줄무늬와 물줄기로 인한 세로 줄무늬가 합해져 체크무늬가 된 암석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캐년이었다.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이언 캐년은 웅장하고 거대했고 협곡안 셔틀버스를 타고 곳곳을 누빌 때마다 변화무쌍한 얼굴들을 앞다투어 보여주었다. 이곳에는 버진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자이언 국립공원은 또한 물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대한 캐년 안에 나무도 많고 물도 흘러서 자연의 다채로운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자이언 캐년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마시는 커피는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고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 잠깐 일깨워 주는 좋은 휴식 시간이었다. 투어 기간 동안 보는 대부분의 자연이 암석을 기반으로 한 비슷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각 장소가 다른 매력을 보여주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6일 간의 미서부 투어를 마무리 하며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눈과 마음에 담고 경험할 수 있었다. 캠핑카로 그랜드서클을 6일 동안 돌아보며 여행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도 다른 무언가를 했겠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감동은 다른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동 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냥 여행이 아닌 캠핑카 여행을 했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의 여행이 아닌 여행지에서 충분히 머물다가는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벌써부터 두번째의 미국 캠핑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캡틴에게 캠핑카로 미국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여행지를 추천 받았고, 그 장소는 바로 백두산의 25배 슈퍼 화산!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을 캠핑카 여행으로 해 볼 생각이다. ‘다음 여행지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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