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콜롬비아 여행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콜롬비아 여행
  • 더카라반
  • 승인 2017.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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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한국에서 콜롬비아까지 달려온 한국의 마을버스를 보고 즐거워했다”\

2014년 말, 폐차 직전의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페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를 지나서 남미의 마지막 나라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콜롬비아 국경

2014년 5월, 우리는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에콰도르 국경을 넘어서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 Bogota를 달리고 있었다. 국경에서 보고타로 향하는 도로 주변에는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경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달린 후에 휴게소에 도착하니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기관총(미니건)을 장착한 헬리콥터가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에 착륙해있는 헬리콥터가 신기해서 흥분하며 사진을 찍었다. 조종사와 군인들은 멀고 먼 한국에서 콜롬비아까지 달려온 한국의 마을 버스를 보고 즐거워했다.

축제에서 만난 마칭밴드

리오네그로에서 만난 행운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Bogota에서 제2의 도시인 메데진 Medellin으로 향하던 도중에 낡은 마을버스가 또다시 멈춰 섰다. 결국, 뜻하지 않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주말을 보내게 되었다. 마침 근처의 리오네그로 Rio Negro라는 소도시에서는 주말 동안 축제가 펼쳐졌다. 마을의 광장에서는 성대한 행진과 함께 마칭밴드의 연주가 이어졌다. 행사는 해 질 무렵까지 이어졌고 쏟아지는 비와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꿋꿋하게 연주하며 행진을 마친 밴드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축하해주었다. 주말 동안 버스가 고장이 나서 여행은 중단되었지만, 그 덕분에 작은 마을의 소박한 일상과 축제 그리고 마칭밴드 아이들의 아름다운 연주를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과타페의 거대한 바위

메데진 근교 유명 관광지인 과타페 Guatape 마을. 마을 근처에 우뚝 솟은 거대한 과타페 돌산의 정상에 서려면 7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만 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땀범벅이 되어서 내려다본 호수의 경치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본 많은 자연경관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과타페 마을은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동화 속 배경 같은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특히 건물마다 벽에 새겨진 익살스러운 조각이 재미났다. 터미널 건물 벽에는 버스와 택시를 새기고 바에는 카드 놀이하는 모습과 당구를 하는 모습을 새겨져 있어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남미 여행을 마치고 중미로

페루에서 시작한 남미 여행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를 지나서 콜롬비아의 항구도시 Cartagena 카르타헤나에서 마무리했다. 콜롬비아에서 파마나 까지는 지도로 보면 육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중미 파마나지는 카르타헤나에서 출발하는 페리선에 버스를 싣고 이동했다. 중미 이후에는 멕시코와 미국을 지나서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까지 5대륙을 낡은 마을버스로 여행했다.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서 세계를 일주하려면 계획은 이란에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조마조마했던 건강 문제가 심각해져서 더는 여행을 계속하기가 힘들었다. 비록 이번 여정은 계획했던 세계 일주를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평생 다시없을 추억을 간직하기에는 충분했다.

 

낡은 버스로 떠난 세계 여행 : 페루 - 볼리비아 - 아르헨티나 - 칠레 - 에콰도르 -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동네를 돌고돌고돌던 12번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난 사오정과 친구들의 이야기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상상하지도 못했다. 사십 대 중반이 되던 해에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고 사오정(45세 정년) 신세가 되었다. 인생의 후반기는 꿈꾸던 여행 작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일년 후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계 일주는 남미 페루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안데스 산맥을 지나고 잉카 제국의 쿠스코,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지나 다시 페루로 돌아와 푸노 카니발을 보며 정열을 불태웠다.

볼리비아로 가는 길, 우유니 소금사막과 티티카카의 드넓은 호수를 지나자 오루로 카니발을 만날 수 있었고,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지나 낯선 이국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도 잠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친구를 사귀고 탱고와 가우초들과의 만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칠레의 수도를 향해 달렸고 낡은 버스는 여행의 피로감으로 말썽을 부리기 일쑤, 도둑들과의 헤프닝과 고단한 여행자의 삶은 또 다른 여행지의 풍경속에 눈녹듯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도착. 여행지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만난 후 날치기들과 대치하는 흥미진진한 경험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낡은 버스를 알아봐주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기억을 간직하며 여행은 계속 이어진다.

지금까지 총 6회에 걸쳐 낡은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한 소중한 남미 여행의 추억을 공유해 주신 정인수 작가님 감사합니다.

writer + photographer 정인수, 편집│더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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