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카라반, 영덕 더스트림 펜션
꿈을 꾸는 카라반, 영덕 더스트림 펜션
  • 더카라반
  • 승인 2017.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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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수천 킬로미터의 넓고 깊은 바다를 헤엄쳐 살아가다가 결국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한다. 연어의 몸속에, 머릿속에 자신이 태어난 강에 대한 기억이 또는 유전자가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지만 연어는 죽을힘을 다해 결국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자신의 마지막을 보낸다. 마치 연어처럼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꿈을 펼치는 이가 있다. ‘더스트림, 펜션’의 주인장이다.

그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마치고 고향 영덕으로 돌아와 부인과 함께 그들의 꿈터를 조성 중이다. 거친 땅에서 돌을 고르고, 낡은 문고리를 새로 달고, 햇빛에 바랜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고, 2~3주 꼬박 걸리는 시간 동안 카라반에 폴리싱을 하면서 청춘의 꿈을 매듭짓고 있다. 집 앞마당이 바로 바다인 이곳, 더스트림 펜션(thestream.modoo.at)에서 말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긴 기차로 연결될 때까지

영덕 바다가 펼쳐지는 펜션 앞마당에는 숙소로 이용되는 펜션과 특별한 잠자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카라반이 설치되어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던 카라반을 들여와서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배관이나 전기 시설을 고쳤다고 한다. 두 대의 카라반 중 하나는 주인장이 열심히 폴리싱하여 주변 풍광이 반짝반짝 투영되고, 나머지 하나는 반쯤 폴리싱된 채로 남아 있다. 주인장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빈티지스런 멋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인장은 카라반을 쭉 연결하여 기차 모양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니,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카라반 기차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카라반과 넘실대는 푸른 영덕 바다 사이에는 폭이 좁은 도로가 있을 뿐이다. 사뿐히 건너서 바다에서 해수욕이나 낚시를 즐길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소라나 전복 등을 잡을 수도 있다. 주인장은 직접 작살을 이용해 문어 등을 잡기도 한다고 하니, 가족과 함께 또는 연인과 소소한 재미를 나누기에 좋다. 영덕 해맞이 공원이 가까운 거리에 있고, 블루로드 해안 트레킹 길이 지척에 있으니 아침, 저녁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숙소로 들어오는 길 양쪽으로는 대게집들이 즐비하니, 이곳에서 한 끼 식사를 만끽해도 좋을 듯하다.

음악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더스트림 펜션은 객실을 펜션과 빈티지스러운 카라반으로 구분하였다. 펜션은 1층, 2층으로 분리되어 있고, 온돌 독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빈티지 카라반은 더블과 트윈으로 제공한다. 카라반 더블에는 더블 베드와 소파 베드가 있어 연인이 이용하기에 좋고, 카라반 트윈에는 트윈 베드와 소파 베드가 있어 자녀가 있는 가족도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

카라반 바닥을 온돌로 바꿨기 때문에 쌀쌀한 날씨에도 따뜻하게 이용할수 있다. 냉장고,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헤어드라이어 등은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고, 욕실 제품과 수건도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가스레인지는 미국에서 사용하던 대로 설치하였기 때문에 점화용 토치가 따로 필요하다. 벽면에 자석으로 고정된 토치가 있으니 사용하면 된다. 요리를 위한 기본적인 양념도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곳 카라반만의 특징은 내부에 빈티지한 오디오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블루투스 기능도 겸하고 있으니, 요리를 하거나 조리한 음식을 먹는 동안 음악과 함께 즐겨 보자. 오디오 사용이 낯선 이들은 주인장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TV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곳에서 만큼은 잠시 꺼두는게 어떨까. 카라반 내부를 울리는 음악 소리와 저 멀리 들려오는 파도 소리로도 행복감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이다.

그래도 꿈을 꾼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만화 <미생>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바둑판 위에서 의미 없는 돌은 없다.’

 

어쩌면 바둑판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바둑판에 놓은 우리의 인생이 비록 미생이든, 다행히 완생이든 우리는 각자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촤르르촤르르 굴러가는 자갈돌 틈바구니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나만의 꿈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은가. 혹여 그 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더스트림, 펜션의 주인장의 어제와 오늘 사이에도 꿈이 있으니 친구처럼, 형제처럼 서로 얘기를 나눠보자. 집 앞마당이 지금보다 더 넓게 트인 바다였으면 좋겠다는 주인장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이곳은 삶의 틈이 있는, 그래서 여유가 흐르는 곳이다. 

 

writer + photographer 여미현,  취재협조│더스트림 펜션 (www.thestreampension.com) , 편집│더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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