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탑 텐트로 떠나는 겨울 섬 캠핑
루프탑 텐트로 떠나는 겨울 섬 캠핑
  • 더카라반
  • 승인 2016.03.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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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텐트로 떠나는 겨울 섬 캠핑

TOUR | SPECIAL
 

 

 

 


루프탑 텐트로 떠나는 겨울 섬 캠핑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얽히고설킨 세상 속 네트워크에서 스스로 단절되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십 대의 중년 아저씨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런 갈망을 가슴 한쪽에 품고 살아간다.

 

단절과 고립을 꿈꾸다

한겨울, 중년의 아저씨 셋이 평일 섬 캠핑을 계획했다. 일이라는 핑계로 그렇게 가슴 한쪽에 품고 살던 일탈의 갈망을 실행에 옮긴다. 잠시라도 세상과의 단절, 스스로 고립을 위해 선택한 곳은 한겨울의 섬 여행이다. 평소 가족여행에 이용하던 카라반은 떼어놓고 이번엔 좀 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루프탑 텐트를 올렸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어디서든 안락한 잠자리를 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할지 몰랐다.

 

 

 

 

 

 

여느 때 같으면 출근 준비를 위해 무거운 눈꺼풀과 사투를 벌여야 할 시간인 아침 7시.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는 승봉도행 카페리를 타려면 1시간 전에 선착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부천의 집에서 출발 1시간 전인 8시 30분에 도착하려면 7시 30분에 나가도 충분한 시간일 텐데 설레어 이른 새벽부터 잠도 안 자며 짐을 챙겨 일찌감치 출발했다. 함께하는 또 다른 아저씨인 지인 역시 밤새 승봉도를 위성 지도로 훑어보며 샅샅이 파악했다고 한다.

 

 

이리도 좋을까? ‘좋다. 이렇게 떠나보면 안다.’

 

루프탑 텐트가 장착된 차량이 두 대뿐이라 한 대는 선착장 옆 주차장에 세워두고 아저씨 셋이서 두 대의 차로 떠나기로 한다. 세워둘 차에서 짐들을 옮기는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발전기까지... 지인의 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비들을 보고 있자니 무인도로 가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승봉도 위성지도를 그렇게 봤으면 발전소도 있는 큰 섬이란 건 알았을 텐데 이런 걸 왜 준비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발전기만 챙기고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는 두고 오라는 타박을 하며 배로 향했다.

 

 

 

 

텐트를 치는 동안 변덕스러운 바다 날씨가 쨍쨍한 햇살을 물리고 눈구름을 몰고 왔다. 바닷가 해안풍을 타고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쏟아지는 눈은 다행히 겨울 캠핑의 분위기만 살려줄 정도에서 그치고 물러났다. 리빙 텐트를 세팅하고 각자의 루프탑을 올리고 사이트 구성을 마치자 이제 어둠이 내려앉는다. 이제 본격적인 캠핑이다.

 

우선 잘 길들여진 무쇠 전골냄비에 즉석 떡볶이로 간식을 만들었다. 물 끓이고 떡 넣고 소스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떡볶이 요리다. 눈 내리는 겨울 바다를 보며 먹는 떡볶이의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알 것 같다. 떡을 어느 정도 먹고 햇반을 투하했다. 끓이거나 데울 필요 없이 떡볶이 국물에 넣고 볶아 주면 아주 맛있는 떡볶이 밥이 된다. 설거지가 필요 없을 만큼 긁어먹는 것으로 그렇게 첫날의 저녁을 해결했다

 

 

 

 

 

 

 

밤이 되면서 파도 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동해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가져온 화롯대에 불을 붙이고 겨울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와 한 발짝 물러서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텐트 밖 아침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아침 풍경의 감동을 더하는 건 지금이 금요일 아침이라는 사실이었다. 평일 섬 캠핑이라는 호사로움이 이 아름다움에 더해져 있으리라.

 

 

 

 

 

 

 

 

마을을 지나 산길을 올라 고개에 다다르면 풀이 무성하게 자란 콘도의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대낮이지만 인적이 없는 곳이라 을씨년스러우면서 괜히 가슴이 서늘한 느낌에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느낌이다. 많은 난항을 겪었지만 10년 넘게 손님을 받고 영업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간직된 곳이었을 텐데 이렇게 버려진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투어가 아닌 단절된 곳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꿈꾸던 출발할 때의 마음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듯하다. 하지만 승봉도를 떠나겠다는 계획은 선착장의 초보 매표원의 발권 실수로 인해 배를 놓치게 됐다. 자신들의 실수로 떠나야 할 사람들이 섬에 남게 되었다고 판단한 선착장의 직원들은 꼭 섬에서 내보내 주겠다며 큰소리쳤다. 하루 더 쉬어가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그들의 바쁜 사고(?) 수습 과정을 지켜보며 입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자월동로를 따라 나지막한 산을 넘어가면 섬의 북쪽 해안이 펼쳐진다. 따로 목섬을 표시해둔 이정표는 없고 통신회사의 기지국 안테나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면 섬과 어울리지 않는 웅장한 구름다리로 연결된 작은 목섬이 보인다. 평소 산을 많이 다니고 자전거를 즐겨 타던 일행들은 가볍게 능선을 넘어 목섬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없는 건 아쉽지만 그 덕에 도로가 없이 자연 그대로의 해변이 잘 보존되어 있다. 자월동로를 타고 국사봉 아래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월서로를 타고 섬의 서쪽으로 향했다. 자월도를 찾는 백패커들에게 인기 있다는 장골해수욕장과 나란히 있는 큰말 해수욕장을 차례로 들러 보았다. 첫날이라면 우리도 이쪽에 사이트를 구축하려고 하겠지만 오늘은 바닷가보다는 좀 아늑한 곳을 찾고 싶어서 보류했다.

 

 

 

 

 

  

 

 

그 사이 일행들은 언제 가지고 왔는지 낚싯대를 펼쳐 던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고기가 잡힐 것 같지는 않았다. 던지는 사람들도 고기를 잡겠다는 의욕 따위는 전혀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낚싯대를 가져왔으니, 그저 바다에 왔으니 한 번 던져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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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싯물 방파제를 나와 장골해수욕장을 하염없이 걸었다. 철 지난 겨울 바다의 해수욕장을 걸으며 이번 여행을 다시 복기했다. 일하기 바빴던 평일,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든 한적한 겨울 섬. 그리고 우리들의 안식처가 된 루프탑 텐트와 배 나온 세 아저씨들만의 여행, 이번 여행을 대변하는 키워드들이었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단절된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가족을 보살펴야 부담감 없이 그저 편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여행을 꿈꿨던 세 아저씨의 2박 3일 동안의 짧은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처음 써보는 루프탑 텐트였지만 한겨울에도 아늑하게 텐트만의 감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 멋진 장비였다. 아파트 주차장 안, 주차되어있는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텐트를 보고 있으면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묘한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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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권민재 + photograph STORM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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