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vs 비캠핑 그리고 쓰레기들
캠핑 vs 비캠핑 그리고 쓰레기들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21.11.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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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입장을 바꾸어 본다면 내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좋게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일지라도 그런 행위자들이 늘어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면 이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고민거리일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여름 한 철, 특정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 주택가의 후미진 곳, 지하철 입구, 유명 관광지, 도심 속의 번화가 뒷골목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본다. '이곳에 버린 쓰레기가 캠핑을 하는 사람, 캠퍼의 잘못일까?'
정답은 쓰레기를 버린 개인, 그 사람의 잘못이지 특정 집단이나 행위자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파트 입구에 쌓여가는 담배꽁초는 분명히 입주민 중 그 위치에서 흡연하고 버리는 습관을 보인 그 사람의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아파트 단지의 모든 흡연자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누군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쓰레기 문제를 예로 들어본다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 버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흡연 부스를 생각해보자. 정해진 위치에서 흡연하고 마련된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가 치우고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그 자리에 버리고 떠날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강력한 처벌과 과태료, 단속 등을 통해 이를 억제하고 있다. 강경책이 통하는 것은 도로 위의 과속 단속이나 신호 위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인력과 시간은 물론 제대로 된 인식이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

캠핑은 상당히 보편화된 레저, 취미 활동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쓸데없는 낭비로 비칠 것이다. 현재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과 캠핑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해 본다면 10명 중 한 명 정도가 캠퍼에 해당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강릉 유명 관광지에 10명이 모여있다면 그중에 2~3명은 캠퍼이거나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일 것이고 4~5명은 현지, 지역 주민일 것이다. 도심이 아닌 조용한 바닷가나 캠핑장 주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사람은 나름의 목적에 맞는 준비를 하고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워낙 쓰레기 관련 뉴스와 이슈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캠핑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누구보다 주변을 정리하고 신경 쓰며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최소한 지역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라도 모아 놓을 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주말 여행자, 캠퍼, 행락객의 온도 차는 달라진다.
즐겁게 지내다가 뒷정리를 마치고 쓰레기봉투에 모아서 버린다고 하지만 매주 몇 톤 단위로 수북이 쌓이는 쓰레기를 좋아할 주민은 없다. 시간 들여 뒷정리를 마친 캠퍼는 무작정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행락객을 욕할 것이고 지역 주민은 외지 사람, 캠퍼, 행락객 모두를 탓할지 모른다. 결국엔 현수막이 내걸리고 배타적인 통제와 관리가 시행될 것이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방문자는 지역민들의 이기주의를 생각할 것이고 선량한 캠퍼와 일부 여행객들은 발길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지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현재의 캠핑, 알빙, 차박 시장은 최신 장비와 고가의 용품들로 연신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나마 가장 민감하게 대책을 세우는 것은 카라반, 캠핑카 유저들이란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레저용 차량, 카라반, 캠핑카를 타고 다니는 알비어는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RV 자체가 워낙 크고 신기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차박을 하는 사람, 행락객은 이런 따가운 시선으로부터는 자유롭다. 그만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적을 수 있다. 캠퍼 vs 비캠퍼의 문제가 아닌 양심 vs 비양심의 문제로 본질을 살펴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캠퍼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식이 없는 쓰레기가 양심을 버리는 것이 맞다는 의미이다. 캠핑카, 카라반이라 알박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차장과 캠핑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비양심적인 사람이 이런 행위를 일삼는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1억이 넘는 캠핑카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을 하는 것은 아니다. S클래스를 타는 일부의 졸부들이 저지르는 잘못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잘못은 개개인의 잘못이지 이를 나누고 구분하려는 편견과 선입견은 없어지길 바란다.

노지는 캠핑장이 아니다.
공영 주차장은 개인 주차공간이 아니다.
공공 시설물의 물과 전기는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해야 할지는 개인의 판단이며 책임이 뒤따른다.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준점은 달라지게 된다. 모두가 생각하는 양심에 걸리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불편함과 피해가 된 순간부터 자율성이 아닌 규제가 필요한 단계인 셈이다. 주차장에 RV를 세울 수 있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을 넘어가며 주차에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면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는 것이다. 내가 불편하니 공권력을 통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생각은 무리수를 두는 것일지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캠핑을 하거나 여행지를 찾아 한껏 들뜬 마음과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고성방가에 노래방 기기, 과도한 음주가무, 떼캠핑, 노지에서의 발전기 사용, 무분별한 일탈 행위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 본인은 즐거울지 몰라도 누군가는 당신의 행위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을 보면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실컷 놀고 쓰레기를 버려둔 채 사라진 그 사람을 보고도 같은 표현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개인의 자유보다는 약간의 통제와 제약이 있는 대신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취미 활동을 이어나가길 바라고 있다. 노지 및 주차장의 유료화에 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통제, 폐쇄, 단속 카드를 빼내기 전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 의견과 실제 사용자들의 목소리,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적절하게 해결할 소통 창구가 절실해 보인다.

4만여 대의 RV들이 전국을 헤집고 다니며 쓰레기장, 주차장으로 만든다? 문제의 핵심은 RV의 종류가 아닌 사람의 문제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또한 RV로 인해 추가로 확보된 세금,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주차장 확보, 개선)을 위해 정당하게 쓰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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