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낯선 미국에서 캠핑을 꿈꾸다 – Travel story 04
모든 것이 낯선 미국에서 캠핑을 꿈꾸다 – Travel story 04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3.12.04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것이 낯선 미국에서 캠핑을 꿈꾸다 – Travel story 04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캠핑 트레일러와 함께한 네 식구 여행기록 Travel Story 04

   

Grand Teton에서 Arches까지 모든 것이 낯선 미국에서 캠핑을 꿈 꾸 다

8thDay:차갑고 강인한 거인의 모습 -Grand Teton 국립공원

짧게만 느껴지던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뒤로 하고 우리는 이제 라스베가스가 있는 남쪽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길에 들려야 할 국립공원이 모두 6곳이다. 오늘 들를 곳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Grand Teton 국립공원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경치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만일 당신이 ‘만년설과 빙하가 쌓인 웅장한 화강암의 봉우리가 가을 단풍에 깊이 물든 숲과 함께 아름다운 호수에 비쳐진 모습’의 미국 풍경사진을 보게 된다면 그 곳이 바로 그랜드티톤 국립공원이다.

엘로우스톤 남문을 빠져 나오자 도로공사 때문에 정체가 심하다. 마음은 급한데 정체는 도통 풀릴 기색이 없다. 결국 시간에 쫓긴 우리는 아름다운 경치를 느긋하게 앉아 구경하지 못하고 그랜드티톤의 겉모습만을 스치듯 보고 말아야 했다.

그랜드티톤을 구경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타고 하는 트래킹이라고 한다. 도로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말을 타고 그랜드티톤의 아찔한 아름다움 속으로 떠나리라 마음속에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먼저 비지터센터에 들려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과제들이 만만치 않아 도저히 허락된 시간 안에 마칠 수 없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념품 코너에서 Moose라 불리는 사슴인형을 사 주었다. 한참 동안 길을 달리다 드디어 Jackson 호수에 도착하였다. Jackson 호숫가에 위치한 비지터센터에는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인디언들의 전통의상과 생활도구 그리고 그들이 만든 알록달록한 공예품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비지터센터를 나와 호수의 선착장에 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호수에서 카누를 타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여유 있게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저 부럽기만 했다. 만년설과 빙하에 쌓인 그랜드티톤의 화강암 봉우리들이 차갑고 강인한 거인처럼 맑고 아름다운 호수 위에 머물며 다시 보기 힘든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느새 점점 석양이 내려앉고, 이제 다시 서둘러 길을 떠날 시간이다. Idaho 폭포 방향으로 다시 한참을 길을 달려 드디어 솔트레이크시 근처에 위치한 Pocatello KOA에서 도착했다.

Pocatello KOA는 여행 중에 머물렀던 KOA중에서 가장 시설이 열악하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심지어 핸드폰도 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안 되다 보니 며칠 후에 도착할 라스베가스 호텔을 예약하지 못했다. ‘라스베가스의 그 많은 호텔들 중에 어디 예약할 곳이 없을까?’라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었다. 한적한 캠핑장에 어둠이 내려오니 더욱 적막하기만 하다.

 
1

 


9thDay:몰몬교의 역사를 찾아 - Salt Lake City

 

어제 묵었던 Pocatello KOA는 시설이 열악했지만 반면 장점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캠핑장 옆에 말 목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사람들의 말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말을 키우는 것이 그리 큰 수익은 아니어도 목장이 있는 곳이라면 늘 말을 키우곤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목장의 펜스로 다가가 힘차게 뛰어 노는 말들을 구경하고 망아지에게 풀을 준다. 그런 아이들을 불러 늦은 아침밥을 먹고 Salt Lake시로 향했다.

우리에게 솔트레이크시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몰몬교의 본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몰몬교의 공식명칭은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 교회, The Latter Day Saints(LDS)로 바로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에 몰몬교의 총 본부와 각종 전시물과 종교적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단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카톨릭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역사 초기에 종교적 박해를 피해 미국의 북동부에서 이곳 서부까지 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솔트레이크시이다. 솔트레이크시의 자연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지만 이들은 신앙심 하나만으로 모든 역경을 극복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솔트레이크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솔트레이크시에 들어서 Temple 스퀘어로 향했다. 박물관근처의 비지터센터를 찾았지만 주차공간이 전혀 없었다. 주차장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맞은편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다시 비지터센터를 찾았다. 비지터센터의 안내원이 다가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어본 후 국적에 맞는 선교사를 보내주었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비지터센터 앞의 벤치에 앉아 아무리 기다려도 온다던 한국인선교사는 오지 않아 다시 안내원에게 이야기를 하니 한참 후에야 여리게 생긴 한국인선교사가 우릴 찾는다. 하루에 약 300여명 정도 이곳을 찾는 한국 사람들에게 안내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텐데 미소를 띠우며 사과를 먼저 건넨다.

 

 

2

 

 

 

 

한국인 선교사의 안내로 몰몬교의 역사, 교리 등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물들과 성화들로 가득 찬 2층짜리 건물의 홍보관을 둘러보았다. 홍보관을 모두 둘러보고 몰몬교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구상했다는 Mormon Tebernacle 예배당을 찾았다. 대형 예배당은 아니지만 제법 큰 크기의 이 돔형 예배당에서는 육성으로만 예배를 보는데도 그 소리가 모두 뚜렷하게 전달될 정도로 잘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예배당을 짓기 위하여 필요한 나무를 솔트레이크시에서 구하지를 못해 멀리에서 나무를 구해와 지었다고 하니 초기 몰몬교도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예배당에서는 약 15분 간격으로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음향테스트를 해주곤 하는데 웅장한 파이프오르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지터센터를 나와 솔트레이크시의 유명한 관광지중 한 곳인 Bingham Canyon Mine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쉬움을 접어둔 채 우리는 자연이 만든 하늘 위의 거대한 섬, Canyon Lands 국립공원이 있는 Moab으로 향했다.

빙엄캐년 구리광산을 둘러보지 않고 길을 재촉한 덕분에 Moab KOA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Moab까지 오는 길은 온통 사막으로 둘러 쌓여있어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둠 속에서 길 양 옆으로 묵묵히 절벽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끔은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묵묵히 세월을 견디어낸 노인처럼 달빛 속 비추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Moab KOA에 도착하니 이미 늦은 시간이다.

이틀 동안 머물 계획이기에 그 동안 미루었던 빨래를 했다. 동전세탁기에 동전을 넣고 빨래를 하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독일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온 젊은 청년이었다. 이렇듯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도 정답게 말을 건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한동안 짧은 영어로 수다를 떨고 나니 어느새 빨래가 모두 끝났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트레일러의 문을 선뜻 열지 못하고 피크닉테이블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지금까지 아무런 탈 없이 지낸 것이 스스로 대견하기만 하다. 내일은 한국 사람들은 물론 미국사람들도 쉽게 보지 못한다는 Canyon Lands 국립공원을 여행한다. 캐년랜즈는 우리에게 얼마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까?

 


10thDay:하늘 위의 섬에 서다-Canon Lands 국립공원

 

캠핑트레일러를 캠핑장에 두고 견인차만을 운전해 가는 길이어서 인지 마음이 경쾌하다. 견인차 역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는지 5,700 Hemi엔진 속에 숨겨놓은 힘을 마음껏 뽐낸다. 길이 좋은 편이 아닌데도 자칫 과속하기 쉽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미국서부를 여행하면서 그랜드캐년을 가장 많이 찾지만 미국사람들은 전망대에서 겉모습만을 볼 수 있는 그랜드캐년보다는 다듬어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웅장한 대협곡의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캐년랜즈를 훨씬 좋아하다고 한다. 캐년랜즈에는 오프로드 드라이빙, 카약, MTB와 같은 많은 유료 아웃도어 체험프로그램들이 있다. Moab시에 들어서면 많은 가게들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체험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가지고도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우선 이곳이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오지여서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유타주, 그 유타주에서도 가장 오지에 해당하는 캐년랜즈는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온통 사막으로 둘러 싸여 있어 캐년랜즈를 향해 달리는 내내 주유소는 물론 사람의 모습도 찾기 어렵다. 이런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늘 여분의 기름과 비상식량 그리고 충분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

 

 

 

 

광활한 캐년랜즈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북쪽의 Island in the Sky와 남쪽의 The Needles, 그리고 서쪽의 The Maze로 나뉜다. 서쪽의 The Maze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 대부분 Island in the Sky와 The Needles를 방문하게 된다. 이 두 지역의 입구는 전혀 달라 하루에 한 곳을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캐년랜즈를 향해 달리는 내내, 길 양 옆에 호위병처럼 늘어선 형형색색의 기암괴석과 절벽들은 우리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운전 때문에 이런 광경을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드디어 캐년랜즈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비즈니스센터에선 운 좋게도 기다리는 시간 없이 레인저의 안내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다. 말하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레인저의 손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캐년랜즈의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협곡의 바닥이 보이는데 그 협곡의 바닥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깊게 파인 거대한 협곡이 또 자리하고 있다. 대협곡의 가장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리가 서있는 전망대가 있는 절벽이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게 되는데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Island in the Sky인가 보다.

한발을 잘못 내디디면 그 끝을 모를 만큼 깊은 협곡의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전망대에서 그 대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면 절벽을 따라 겨우 차량 두 대가 아슬아슬하게 지날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눈에 띈다. 그 비포장도로는 절벽에 난 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져 결국 대협곡의 바닥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 그 대협곡의 바닥을 끝없이 달리다 보면 낭떠러지로 만들어진 깊은 강과 협곡을 만나게 되는데 서부개척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이 협곡을 탐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끝내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사륜구동 차량만을 믿고 겁 없이 이 비포장도로로 내려서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렵다. 까마득히 먼 곳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대협곡의 속살을 보기 위해 달려 내려가는 4WD들을 그저 동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추위와 바람이 만들어낸 작은 아치들이 절벽 곳곳에 만들어 지고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한때 푸름을 자랑했을 고목들도 이제는 모두 쓰러져 뒤틀어진 모습으로 산책로의 경계를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탐하며 살아가는 그 어떤 사람들도 이렇게 추위와 바람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신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남아있는 집착과 아집 그리고 욕심을 쉽게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

 

 

4

 


11stDay:AmazingArches!-Arches국립공원

 

 

Arches 국립공원은 Moab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Moab을 나와 북쪽으로 약 30분 정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어 모처럼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여행기간 내내 차를 운전하는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뒷좌석에서 주변 풍광에는 아랑곳없이 타블렛 노트북으로 만화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도 오랜 여행은 힘든 모양이다. 하긴 벌써 여행이 11일차에 접어들었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잠시 게으름을 피워도 좋으리라.

어제 찾았던 Canyon Lands국립공원이 거칠고 황량한 대협곡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강한 남자라면 오늘 찾아갈 Arches 국립공원은 마치 부드러운 곡선과 아름다운 미소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여인과 같다. 오랜 시간과 바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황갈색 조각들과 아치들이 제 각기 멋을 뽐내는 아치스국립공원에는 약 300여개의 아치가 있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아치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또 어떤 아치들은 바람과 추위에 못 이겨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완벽한 아치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약 90여개로 이렇게 자연이 빚은 환상적 조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우선 비지터센터를 들려서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약 15분 분량의 공원안내 동영상을 관람하였다. 아름다운 아치스 국립공원의 모습뿐만 아니라 어떻게 아름다운 아치들이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약 3억 년 전 이 지역이 바다였을 때 수백 미터 두께의 사암이 만들어 졌고 다시 지각이 융기되면서 바닷물이 빠지며 드러난 사암들이 약 1억년동안 바람과 비 그리고 추위로 약한 부분들이 깨어지고 깎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조각물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난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니 드넓은 평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넓은 평원 곳곳에 아름다운 황토색 절벽과 봉우리 그리고 아슬아슬한 바위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그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아름답고 기기묘묘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하략)

 


writer + photographer  David Park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