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페셜]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4

2017-12-15     매거진 더카라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오전내 트레킹을 하고 300km를 달려 더니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지만 우리를 맞아준 더니든은 새로운 느낌의 도심이라 기대가 되었다. 우리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북섬의 타우랑가도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중소 도시 규모인지라 더니든에 도착한 저녁 7시에도 길에 차가 넘쳐나는 광경을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둠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 도로는 마치 유럽의 오래된 도시를 여행 온 듯한 느낌이었다.

더니든에 도착해 숙소를 잡자마자 다시 차를 몰고 번화한 시내를 통과해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또 성대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정말 뉴질랜드에 와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바비큐를 했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육식 마니아였고 또 그만큼 뉴질랜드산 소고기와 양고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맛이 있었다. 게다가 캠핑장마다 갖춰진 바비큐 시설은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항상 바비큐와 뉴질랜드산 와인한 병으로 식사 고민을 덜어 주었다. 

더니든의 아침도 역시 제일 먼저 눈을 떠 홀리데이파크를 둘러보았다. 우리가 이틀을 머문 아론 롯지 톱 10 홀리데이 파크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마치 자그마한 공원에 놀러온 듯 새소리가 가득하고 조그만 계곡까지 있고 캠핑장 곳곳에 잔디밭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늦은 가을이어서인지 홀리데이 파크에는 파워 사이트 말고도 넓고 예쁜 캠핑 사이트가 엄청 많았지만 거의 대부분 빈자리로 남아 있고 캠퍼밴 사이트만 분주했다. 정말 뉴질랜드는 캠퍼밴 여행의 천국이었고 그만큼 모든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너무나 부러웠다. 

오랜만에 분주한 도시의 문명을 접한 아이들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덩달아 우리 부부도 더니든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큰 규모의 박물관을 보고는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급하게 인터넷을 찾아보니 더니든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세운 도시라서 도시 곳곳에 유럽풍의 멋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고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의 여타 다른 도시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런 도시를 제대로 알아보려면 박물관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멋스럽게 생긴 더니든 역에 주차를 하고 바로 근처의 교통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에 대해서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은 입장부터 쉽지 않았지만 막상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규모와 이것저것 체험거리가 많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박물관을 즐겼다. 너무 넓어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을 찾아다니느라 어른들이 힘들 지경이었다. 

캐드버리 초코릿 공장 견학

힘든 일정을 잘 따라와 준 아이들에게 선물로 캐드버리 초코릿 공장으로 향했다. 초코릿 공장에 간다는 말에 아이 셋이 완전 들떠서 알지도 못하는 길을 앞서서 가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었다. 싸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말이 공장이지 그냥 초코릿 박물관이었다. 그래도 입장료의 반 절 만큼의 초코릿을 선물로 주니 아이들은 벌써부터 함박웃음~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박물관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샵에 들러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에게 줄 초코릿 선물을 바구니에 담았다. 각각 10불씩을 주고 알아서 구매하라하자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커다란 초코릿도 사고 큰 초코릿을 줄 친구와 작은 초코릿을 줄 친구들도 선별한다. 그리고 아빠가 한국에 돌아가 직장 동료들에게 줄 초코릿을 골라 달라 부탁하자 이것도 역시 선뜻 추천해 주었다. 

알바트로스 센터를 찾아가다

더니든의 시내 관광을 마친 우리는 뉴질랜드 남섬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더니든의 자연 환경을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향한 로얄 알바트로스 센터를 방문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달려 도착한 센터는 정말 알바트로스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의 절벽에 위치하고 있어 바닷바람이 엄청나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 정도였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새인 알바트로스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기만 해도 거센 바람에 자연스럽게 비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거센 바람까지 몰아치고 있어 아이들은 센터에 놔두고 우리 부부는 잠시나와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알바트로스를 찾아본다. 

세상에서 가장 큰 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는 달리 너무 멀리서 밖에 구경할 수 밖에 없어 실망한 아이들을 위해 해가 진 뒤에 있는 펭귄 투어를 신청했다. 알바트로스 센터 절벽 아래에 위치한 펭귄 서식지에선 낮 동안에 바다에 나갔던 펭귄들이 저녁이면 돌아오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다고 한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후레쉬도 터뜨리지 않고 말소리도 죽여 가며 조용히 펭귄을 관찰하는데 이미 우리 아이들은 바로 코앞을 지나가는 펭귄 무리를 보고는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아빠~여기 보세요’, ‘엄마~저기 펭귄 귀여워요~~’를 낮은 목소리로 연발하는 아이들을 보니 오늘도 성공!! 우리 가족은 가장 늦게까지 그곳에 있다가 나왔다. 

글/사진┃양성철,  편집┃더 카라반(2017. 11-12월호Vol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