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칠레 여행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칠레 여행
  • 더카라반
  • 승인 2017.04.04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칠레 여행

TOUR | SPECIAL  
 

 


  사오정 정인수의 세계 일주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떠난 칠레 여행  

2014년 말 폐차 직전의 낡은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페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지나서 칠레에 도착했다.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을 따라서 길게 뻗은 칠레를 낡은 마을버스로 달렸다.

 

유쾌한 칠레 입국

2015년 1월 중순, 우리는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를 떠나서 칠레를 향해 출발했다. 산속의 험한 길을 한참 동안 헤맨 끝에 Mamuil Malal 이라는 규모가 작은 국경에 도착하니 곧바로 칠레 세관원들이 버스로 다가왔다. 아르헨티나에서 마을버스 내부 벽을 뜯어낼 정도로 집요한 입국검사를 경험한 우리는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검색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칠레 세관원들은 아르헨티나의 엄격한 세관원들과 달랐다. 버스 수색보다 마을버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처음에는 차량을 검색하는 세관원들만 사진을 찍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출입국장에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쏟아져 나와서 웃고 떠들면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간단한 검사만 받고 입국심사를 마쳤다.

 

 

 

 

 

 



 

대학 캠퍼스에서 지낸 하룻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Santiago를 향해서 달리던 중에 탈카 Talca에 도착했다. 마을버스를 세워두고 하룻밤을 지낼 곳을 찾아서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복잡한 도시 안에서는 안전한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젊은 남녀 한 쌍이 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다. 우리의 사정을 설명하니 한참을 생각하더니만 자신들이 다니는 탈카 대학 Universidad de Talca으로 안내했다. 두 사람은 대학 경비실에 우리 상황을 설명하고 하룻밤 머물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냈다. 고마운 두 사람의 도움 덕분에 안전한 대학 캠퍼스 안에서 무선인터넷까지 사용하는 호사를 누리면서 하룻밤을 지냈다.

 

 

 

 

 

 

 



 

모든 문제의 시작, 산티아고

 

탈카에서 출발해서 하루 만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근처까지 이동했다. 시내에 들어서기에 앞서서 우선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자동차 정비소부터 방문했다. 정비를 마치고 시내로 이동하는 도중에 엔진 출력이 떨어지면서 도로 한가운데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결국, 버스를 견인해서 정비공장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이틀 동안 수리를 한 후에야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문제의 원인은 남미의 열악한 경유 품질이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마을버스의 엔진 문제는 남미를 통과해서 중미와 멕시코를 거쳐서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혔다.

 

 

 

 

 

 


 

 

도둑들의 천국, 발파라이소

 

발파라이소는 산티아고 서쪽에 근교에 위치한 항구도시이다. 대형선박과 군함이 머무는 프랏 부두, 소토마요르 Plaza Sotomayor 광장, 벽화 마을로 유명하다. 해군사령부 건물과 이키케 해전을 기념하는 동상이 서 있는 소토마요르 광장은 노점상과 관광객이 뒤섞여서 매우 번잡했다. 광장에 마을버스를 세우니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버스에 사인하면서 즐거워했다. 소토마요르 광장에서 발파라이소의 명물 승강기인 아센소르 Acensor를 타고 언덕 마을에 올랐다. 형형색색의 집들이 가득 늘어선 언덕은 건물의 벽과 계단이 아름다운 벽화들이 칠해져 있었다.

 

 

 

 

 

 


 

발파라이소를 다녀온 후에 버스에 보관했던 노트북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첫 번째 도둑을 맞은 것이다. 이때 꽤 많은 사진과 자료들을 잃어버리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발파라이소는 이후에 벌어지는 더 규모가 큰 도난사건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중미 에콰도르에서는 중요한 물건과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잃어버렸고 스마트폰을 소매치기당했으며 로마에서는 버스 안에 보관했던 배낭과 가방 모두를 도둑질당했다.

 

 

 

 

 

 

 



 

태평양 해안을 따라 페루로 가는 길

 

산티아고에서 출발해서 칠레-페루 국경까지 가려면 2천 킬로미터가 넘게 달려야 했다. 휴양도시 라세레나 La Serena를 지나서 해가 질 무렵에 아담한 포구 마을 칼데라 Caldera에 도착했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마을 광장에서 작은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아이들을 위한 광대들의 공연이 펼쳐졌고 주변에는 가족이 함께 테이블 게임을 즐기고 노점상에서 간식을 사 먹고 평일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 먹고 마시면서 하룻밤을 지내고 난 후에 아침을 맞은 칼데라 포구에서는 정박한 배 사이를 헤엄치는 물개들을 볼 수 있었다.

 

 

 

 

 

 


 

칼데라에서 안토파가스타 Antofagasta까지 이어지는 사막 도로를 달리던 도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막 한가운데서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기름 때문에 고생을 한 후로는 늘 연료통을 가지고 다녔지만 주유소가 없는 사막 지역을 통과하느라 예비연료도 모두 사용해버렸다. 결국, 길에서 만난 트럭 운전사가 고무호스로 트럭의 연료를 뽑아내서 마을버스로 옮겨주어서 사막을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

 

 

 

 

 

 



 

칠레와 페루의 국경도시 아리카 Arica로 향하는 길 중간에 마리아엘레나 Maria Elena라는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버스를 세울 곳을 찾기 위해서 어두워진 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안전하지 않았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위험한 곳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 마을처럼 살벌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결국, 경찰들의 허락을 받아서 경찰서 마당에서 안전하게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한 삼 일 만에 칠레의 국경도시 아리카 Arica에 도착했다. 칠레와 페루는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가 철저했고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하는데 3시간 넘게 걸렸다. 페루의 국경도시 타크나 Tacna로 넘어가면서 3천 km 넘게 달려온 칠레 여행을 마무리했다.

 

  writer + photographer 정인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