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영 스스로 돕는 남자
곽태영 스스로 돕는 남자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3.05.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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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스스로 돕는 남자

  아파도 봤다. 가난해도 봤다. 그리워도 했다. 그래서 제대로 살았다 자신을 스스로 도운 한 남자의 삶이 제대로 멋지다
 

 

 

 


  아버지에게 배운 사랑과 사람

 

“살아남으려면 여기서 최고가 되어야 했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제가 믿는 것은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장밋빛 꿈을 꾼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 자식도 낳았고 사업도 번창해 집도 사고 차도 샀다. 그러나 마치 드라마의 위기처럼 사업이 기울고 가장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인자한 아버지는 아들과 했던 수많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황망히 가버렸다. 아버지가 된 아들은 내일의 약속 대신 오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사랑은 그때그때 표현해야 한다는 것, 삶은 한 번뿐이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목련도 316에 신가 병원이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곽태영 원장이 배운 바 의술을 실천하는 곳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의사의 꿈을 키운 사람은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근무를 하게 된 제약회사에서 삶의 방향을 트는 계기를 겪게 됐다. 홀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말했다. 처음부터 많이 갖춘 삶을 살아온 이들 사이에서 그는 악바리가 되었다.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학원비에 밥값까지 충당해야 했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했죠. 새벽 4시 반에 나와서 학원 청소에 전단도 돌리면서 세상을 배웠어요. 내가 돈이 없고 백이 없고 실력이 없으면 이런 삶으로 살 수밖에 없구나. 내가 이기는 방법은 하나, 실력을 키우자. 머리를 쳐가면서 공부했어요. 어느 순간에 공부가 즐거워지는 수준에 오르고 자신감을 얻게 됐죠.”

아이들에게 아버지이자 인생 선배로서 ‘척’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그것을 할 시간에 다른 생각들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깝다. 집중하여 맡은 바, 목표한 바의 일을 끝낼 것. 너의 삶은 스스로 배워 만들어가는 것. 그가 10개월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 편입을 하고 지금의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어쩌면 그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아버지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의사가 되면 교통사고 환자가 적절한 응급치료도 못 받고 길에서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막상 의사는 됐는데 의사가 늘 사고 현장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응급의료지도사로서 소방대원 교육도 담당하고 있어요. 법적으로 일급구조사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지만, 의사의 오더가 있을 때는 의료 행위가 가능합니다. 저는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하면서 그 시간대 119 사건 사고의 환자 발생에 관여하는 거죠. 흉통인데 약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 헬기 이송, 약물 주입 여부, 정맥로를 확보해야 한다든지… 119대원이 현장에 도착해서 병원의 응급 의료진에게 인계하고 그런 과정과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하고 살아있게 하는 것에 관여하는 거죠.”

 

 

 

 

 

 

  내일 아닌 오늘 할 사랑과 사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인 만큼 매 순간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 판단이 느려서도 안 된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든 아니든 환자를 대충 볼 수는 없다. 누구에게든 소중한 사람 아닌가. 그래서 의사는 깊고 넓은 지식의 기반에 서서 인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곽태영 원장은 아파도 봤다. 가난해도 봤다. 그리워도 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세 아이와 곧 세상에 나올 넷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자 어머니의 아들로서 ‘곽태영’은 제대로 살았다. 자신을 스스로 도운 한 남자의 삶이 제대로 멋지다.

일 년을 보내는데 날 좋은 봄날의 제주도 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재충전의 시간이자 가족과의 사랑도 재확인하는 중요 여가 중 하나이다. 처음으로 구매한 Weinsberg440(바인스버그)과 함께 떠난 10번의 길목은 매번 좋았다. 그의 눈앞에 맑고 고요한 물길이 드리워진다.

“강원도 영월의 법흥사에 갔는데 계곡 물속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어요. 물속이 훤히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다이빙해서 들어갔더니 그대로 언더월드. 그 속에 산천어, 열목어. 물고기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저도 그렇고 우리 가족은 의무적으로 무엇을 보거나 하는 것보다 조용히 가서 조용히 놀다 오는 걸 더 좋아해요. 그게 참 휴식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시간이 있어야 일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요.”

 

 

 

 

 

 

 

 

대학 동기이자 같은 병원의 동료인 김용범 원장은 함께 Rving을 즐기는 단짝이다. 병원 주차장에 정박해놓은 카라반과 함께 두 사람의 Rving은 병원에도 소소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잦은 회식과 골프 모임이 여가이자 친목이었던 선배 의사들도 카라반과 함께 한 야유회에서 그들이 왜 Rving을 즐기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나누면 커지는 기쁨처럼 그들의 유쾌한 일상이 주변을 싱싱한 에너지로 물들이고 있다. 곽태영 원장은 출근길에 아이들 한 명씩을 꼭 안아주며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너희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어찌 알겠느냐며 늘 주저 없는 사랑 고백을 받는다.

 

 

열정과 쉼은 뗄 수 없다. 사랑과 표현은 할수록 단단해진다. 떠나면 보이고 보면 알게 된다. 돌아올 곳이 있어서 감사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에 즐거운 인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넷째 아이를 기다리며 조금 더 큰 카라반으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는 곽태영 원장, 그를 즐겁게 해 준 바인스버그가 좋은 주인을 곧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라며 제대로 멋진 그의 오늘을 응원한다. 영차영차!

editor 정율희 + photographer 신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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