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카라반을 산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카라반을 산다는 것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21.03.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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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한국에서 카라반을 사고 활용하기까지 어떤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는지 현실적인 점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캠핑카, 정확히는 엔진이 달려 있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RV는 캠핑카로 부르는 것이 맞지만 동력이 없어 견인차에 연결해 끌고 다니는 피견인형, 카라반은 캠핑카라는 용어보다 피견인차 혹은 카라반(유럽식), 트레블 트레일러(미국식)으로 구분해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카라반 견인 시, 750kg 이하는 면허가 없어도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견인이라는 특별한 조건을 이해하고 후진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면허 취득을 권하고 있다. 소형 견인 면허 취득이 그렇게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니므로 카라반을 구입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 보관 장소를 정한 후 구입하길 바란다!

견인 면허를 취득하고 여유 자금을 모아 카라반을 산다면 구입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디에 카라반을 세워야 할지 정해놓은 후에 구입하길 권한다. 남들도 다 사니까, 캠핑카, 카라반이 대세라니까 무턱대고 구입했다가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라반은 자동차보다 길고 넓어 주차공간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지하주차장에 쏙 들어가는 소형 모델도 있고 성인 혼자 밀고 당겨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모델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야외에서 온 가족이 너무나도 편안해 보이는 한 장의 사진, 영상에 반해서 구입을 서두르는 당신이라면 사진 속의 분위기에 속은 것이다.

카라반 차고지 증명제가 도입되면서 세워둘 자리가 확보되었음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개인 주택이나 회사, 창고 등이 확보되었다면 몰라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파트 주차장에 차고지 증명을 하는 일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공영 주차장에 카라반을 세우기는 더욱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 주차가 되었든 월 주차가 되었든 도심 속 1급지에 카라반을 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번호판도 없는 불법 차량을 보관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관리 주체들이나 일반인들이 보는 관점에서는 카라반은 자동차가 아닌 별개의 존재라는 점이다.

다들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돈내기가 아까워서 아무데나 불법 주차를 한다고? 현실은 당신의 생각과 다름을 알게 된다면 이런 이야기는 못할 것이다. 물론 주차, 보관에 대한 아무 고민이 없이 무턱대고 산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한 달에 몇 만원씩, 일년이면 수 십 만원에서 백 만원 가까운 주차비가 아까울 수 있다.

공영 주차장에서 카라반을 받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주차 라인을 벗어나므로 받을 수 없다는 이유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주차 라인을 요즘 추세에 맞게 확장형으로 늘리거나 개선하면 해결된다. 두 번째 이유는 매일 운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몇 일씩 주차된 것을 보기 싫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집과 가까운 곳에 주차하길 바란다.
그나마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카라반을 세울 야외 주차장을 허용한 아파트와 반대하는 아파트는 50:50으로 나뉘고 있다. 가구당 2~3대 이상도 허용하지만 카라반은 안 된다는 이유는 상당히 여러 가지이다. '1층 시야가 가려서 안 된다', '길어서 안 된다', '자주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것이 보기 싫다' 등이다. 탑차도 서 있고 화물차도 어느 정도 허용되는데 '카라반만은 안 된다', '민원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캠핑카에 비해 카라반은 넓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보인다. 화장실 겸 샤워실은 물론 고정 침대와 변환 침대를 통해 3인~최대 7인 정도의 취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대가족에게 유리하다.

목적지에서 세팅 후 견인차를 타고 주변 지역을 구경할 수 있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만약에 캠핑카였다면 가까운 편의점이라도 들리기 위해 주행에 따른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닝을 걷고 의자, 테이블을 정리하는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났을 것이다.

유럽 카라반과 미국 트레블 트레일러의 차이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 영국 카라반은 여기서 좀 더 유럽 카라반과 나뉠 수 있는데 제작 방식과 문화에 대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미국 트레일러는 넉넉한 청수 탱크와 오수 탱크를 확보하고 있어 하루, 이틀 정도 오ㆍ폐수 처리에 대한 걱정 없이 쉴 수 있는데 사용 후에는 전용 처리 장치를 통해 내보내야 하므로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카라반은 카세트식 토일렛을 빼내 화장실의 변기에 비워주면 되므로 주변 시설 혹은 집에 돌아와 손쉽게 비울 수 있다. 청수에 대한 고민과 오수 처리에 대한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데 번거롭다는 의견과 의외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뉘기도 한다. 견인차에 대형 청수 탱크를 준비해 100리터 전후의 물을 싣고 다니면 물 보충이나 처리에 대한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 먹고 마시는 물은 대부분 생수로 해결하는데 대형 마트의 경우 3천 원내로 2리터 6개 세트를 구입할 수 있어 굳이 씻는 용도가 아니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오폐수 문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
쓰레기, 오폐수, 화장실 사용에 있어 수많은 논란이 오간다. 카라반에 있어 화장실 사용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카라반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데 굳이 야외에서 일을 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오수의 경우, 카라반 하부로 쏟아지는 물이 다 더러운 폐수는 아니란 점을 짚고 넘어가본다.

오수관이나 우수관에 물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 의견 차이를 보이겠지만 오수와 우수가 한 곳으로 모이는 통합식이라면 배수로에 그대로 비워도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기에 오수통을 받쳐두고 정해진 자리에 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캠핑이 끝나고 나서 철수 시에 청수 탱크의 밸브를 열어 잔수를 비워주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청수는 비우고 출발한다. 이런 세부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카라반이 오폐수를 방류한다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다.

시냇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묻는다거나 거름으로 준다는 것은 이제는 옛이야기이다. 아직도 이런 사고를 가진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분들도 이제부터라도 주의해야 함을 알려드린다. 오수통이 넘쳐서 음식찌꺼기가 흘렀네, 이 정도는 괜찮아,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아무도 안 보는데 뭘, 이런 핑계는 말 그대로의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 캠핑카를 만들어서 캠핑을 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의 원칙과 룰을 따라야 할 것이다. 본인의 행동 때문에 다수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과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바란다.

카라반이 되었든 캠핑카가 되었든 차박이 되었든 지금부터라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심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길 당부해 본다.

카라반을 구입하면 모든 것이 편하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더 부지런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며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위안이 될 것이다. 편해 보이는 것과 실제 해야 하는 것은 검의 양날처럼 아주 냉정하기 때문이다. 편하고는 싶은데 불편함은 싫다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캠핑과 알빙을 보여주기 식으로 하려는 사람이라면 말리고 싶다. 이런 부류는 이 활동을 오래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 불편하고 더 힘들기 때문이다.

주요 관광지 혹은 주변의 노지가 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놀고는 싶은데 치우는 것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최근 강천섬에 누군가가 돌 무더기를 쌓아 불을 피우다가 잔디는 물론 주변으로 번져 큰 화재가 일어날뻔한 적도 있다. 노지에서의 불 사용은 금지이다. 아무리 화로대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런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나는 괜찮겠지란 생각이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삶과 현실은 괴리감이 있을 것이다. 군중심리와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던대로 숙박시설로 가서 편안하게 하루를 즐기다 돌아가길 바란다.

국내 알빙 문화와 인식은 과도기에 있다. 10년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이 보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알비어, 캠퍼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자발적인 실천이 없다면 캠핑장 갈 돈이 없어 호텔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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