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캠퍼에 대한 무리한 단속!
트럭캠퍼에 대한 무리한 단속!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09.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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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건데? 이거 합법이야?"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현대 사회는 사회 시스템을 구성할 때 최소한의 금지 규정만을 두고 나머지는 개인의 자유에 맡긴다.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할 때 ‘자유’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유럽에서 운전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듣는 말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말라!’이다. 예를 들어 유턴 금지 표지판이 있는 교차로에서만 유턴을 하지 않으면 되고, 유턴 금지 표지가 없는 교차로는 모두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트럭캠퍼, 1톤 화물차에 실린 캠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트럭캠퍼, 1톤 화물차에 실린 캠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라는 말이 아직도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닌 것 같다. ‘하라는 것’만 해야 하는 사회, 기준이 없으면 시도하지 말아야 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실현을 고민하기보다 관청을 먼저 들어가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기준이 없다면 입법청원을 한 후 기준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쩌면 관청의 힘이 이런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역대 정권 모두가 하나같이 주장했던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트럭캠퍼를 이동 후 캠핑장에 도착해 지지대를 내리는 모습
트럭캠퍼를 이동 후 캠핑장에 도착해 지지대를 내리는 모습
트럭에 실렸던 캠퍼가 완전히 분리된 모습. 캠퍼는 캠핑 시설이 갖추어진 트럭에 싣고 다니는 화물로 정의된다
트럭에 실렸던 캠퍼가 완전히 분리된 모습. 캠퍼는 캠핑 시설이 갖추어진 트럭에 싣고 다니는 화물로 정의된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간담회를 간 적이 있다. 튜닝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고 거기서도 지금 화두가 되는 트럭캠퍼 이야기가 나왔는데 교통안전공단의 실무자는 튜닝 합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서 트럭캠퍼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법의 테두리 안에 넣어서 ‘제도화하고 합법화해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바퀴가 없으니 차종으로 분류할 수 없고, 그러니 튜닝관련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참 고마운 고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걸 왜 분류하려고 할까?’ 바퀴도 없는 화물을 차로 규정해서 튜닝 대상으로 보려고 하는 인식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나라에도 트럭캠퍼를 차량으로 분류하거나 규제하는 곳은 없다. 그 담당자의 고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트럭캠퍼를 단속하면서 제작 업체들은 불법튜닝업자로 지목되면서 조사대상이 되었고 사용자들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계속 검사를 통과한 사람으로 대대적인 조사까지 이루어졌다.

화물차, 픽업트럭에 적재물(캠퍼)를 실었다고 캠핑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 픽업트럭에 적재물(캠퍼)를 실었다고 캠핑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지방경찰청 윤한회 교통조사계장은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리법상 화물차량의 개조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는 것’과 ‘트럭캠퍼는 무게 중심이 높아서 전복의 위험성이 크다’는 두 가지 사항에 대한 단 한마디의 언급이나 지적도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운전자들이 트럭에서 캠퍼를 분리해놓고 검사를 받는 방식으로 통과했다는 구체적인 범죄(?)실행 방식까지 설명했다.

1톤 화물차에서 적재물 캠퍼를 분리한 모습, 고정을 위한 잠금 장치 외에는 어떠한 것도 손대지 않는다
1톤 화물차에서 적재물 캠퍼를 분리한 모습, 고정을 위한 잠금 장치 외에는 어떠한 것도 손대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동차 관리법에는 캠핑카의 구조 변경은 ‘11인승 이상 승합자동차만 가능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에 대한 개정의 필요는 국토부가 앞장서서 개정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개정의 필요는 있지만 아직 개정 전이니 따라야 할 법이다. 하지만 트럭캠퍼는 그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 ‘트럭에 싣는 짐을, 차를 튜닝했다’고 보는 시각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짐으로 인해 ‘무게 중심이 높아져 운행 중 전복의 위험이 있다’는 설명 역시 납득할 수 없다. 위험해 보였다면 실제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없이 단속의 근거로 들었다는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라, 억울한 트럭캠퍼 업체들이 나서서 직접 경사각 테스트를 해보았다.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으니 정식 인증기관에서는 테스트할 명분조차 없어 자가 인증시설을 갖춘 업체에서 실제 운행 중인 트럭캠퍼를 가져와 직접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결과는 합법적인 캠핑카 기준에 부합하는 경사각 30도에서도 차량 바퀴가 경사각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안정적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위험해 보인다는 경찰의 주장은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게 판명되는 순간이었다.

정기검사에서 ‘불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캠퍼를 내려놓고 자동차 검사를 통과했다’는 경찰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화물차가 짐을 싣고 정기검사를 받았다면 오히려 그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검사 절차를 통과한 사용자들을 아주 교활한 방법으로 검사를 통과했다는 식으로 매도한 것은 선량한 트럭캠퍼 사용자 전체를 범법자로 낙인을 찍은 행위이다.

트럭캠퍼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경사각 테스트 장비에 직접 트럭캠퍼를 올리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트럭캠퍼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경사각 테스트 장비에 직접 트럭캠퍼를 올리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캠핑카에 적용되는 경사각 30도에서도 바퀴가 떨어지지 않았다
캠핑카에 적용되는 경사각 30도에서도 바퀴가 떨어지지 않았다
경사각 테스트 30도를 가르키고 있지만 트럭캠퍼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사각 테스트 30도를 가르키고 있지만 트럭캠퍼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RV선진국인 미국 레저 자동차 산업협회 RVIA가 발표한 숫자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에서 생산한 캠핑카의 대수가 45만 대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이 세계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으니 전 세계 캠핑카 시장의 규모는 대략 100만 대에 이른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또한 RVIA에 따르면 미국에서 캠핑카 산업의 생산 유발효과는 70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웬만한 한 주의 1년 예산과 맞먹는 큰 규모의 산업이다.

국내 캠핑카 시장의 규모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피견인형 승합자동차의 누적 대수가 2,000여 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매년 2,000대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며 1만여 대를 육박하고 있다. 이 수치는 흔히 카라반이라고 불리는 피견인형 승합자동차만을 나타내는 수치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력이 달린 캠핑카와 이동형 업무용차량, 트럭캠퍼와 같은 차량들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

수요의 증가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캠핑카 시장에서 어쩌면 국내 실정과 서민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접근하기 좋은 캠핑 장비인 트럭캠퍼를 불법으로 매도하고 관련 산업 자체의 씨를 말리려는 경찰의 이번 단속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다.

트럭에 실리는 적재물(캠퍼)는 트럭의 크기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지만 적재 기준을 넘지 않는다
트럭에 실리는 적재물(캠퍼)는 트럭의 크기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지만 적재 기준을 넘지 않는다

승합차뿐만 아니라 화물차를 이용한 다양한 베이스의 캠핑카가 개발되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캠핑과 여행을 즐기려는 서민들의 꿈을 짓밟지 말았으면 한다. 실상 1,000여 대도 되지 않는 국내의 트럭캠퍼 사용자들은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전국을 여행하며 실속 있게 즐기는 실버세대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어린 아이들과 캠핑을 즐기는 수많은 30~40대 캠퍼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자유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보장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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