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관령이 바뀌었다. 우리도 바뀌자
[칼럼] 대관령이 바뀌었다. 우리도 바뀌자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8.09.18 10: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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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코리아카라반페스티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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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중앙에 자리해 있어 예로부터 영동 지방에서 영서 지방이나 한양을 오갈 때 넘어야만 했던 큰 고개가 있다. 신사임당이 오랜 친정살이를 마치고 한양의 시가로 가기 위해 이 고개에 올라 발아래 강릉에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아쉬움을 담은 한시가 유명하다. 신사임당 이후로도 조상들의 교통로로 사용되던 산길은 이제는 대관령 옛길이라 불리며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다.

꾸불꾸불 이 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나중에 영동고속도로가 되었다. 영동고속도로가 2001년도에 4차로로 확장되며 대관령 구간의 선형이 크게 개선되어 이 고개는 지방도로 바뀌었다.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로 사용되던 고갯마루는 바람 많은 고지대의 특성에 따라 설치된 풍력발전단지와 주5일제 근무로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인근 목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장 기능이 주기능이 되었다.

대관령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운전이 힘들고 사고가 잦아 다양한 사고 예방책들이 동원될 정도로 험난한 도로지형이다. 그 다음은 바로 추운 날씨다. 실제로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낮은 평균기온을 보이는 지역이다. 이곳의 연 평균기온은 6.6℃에 불과하다. 대관령의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위도 상 훨씬 북쪽에 있는 러시아의 모스크바보다 약간 더 낮은 정도이다.

대관령의 기상학적인 여름은 서울이나 기타 대도시가 연중 100일을 넘어갈 때 이곳은 7월 말부터 8월 초 중순까지 20여 일 정도밖에 안 된다. 1997년 8월 27일에 3.3℃까지 떨어지고 2010년 6월 1일 새벽에는 -1.7℃ 까지 떨어진 적도 있을 정도이다

대관령의 기온이 이렇다보니 수 년 전부터 한여름이면 이곳을 찾아 한철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고 때마침 불기 시작한 오토캠핑과 알빙을 즐기는 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여름철이면 촌락을 이룰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유난히도 무덥던 올해 여름엔 전년도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피서 알빙족들이 이 곳 주차장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기 위해 모여 들었고 폭증한 휴가철 관광객들까지 섞여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되어 급기야 지역매체들에 이어 전국방송 주요 시간대 뉴스에서까지 부정적으로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들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는 알빙족들의 무신경이었다. 사실 최근 급증한 알빙 인구로 인해 전국 유명 경관지나 노지에서는 예외 없이 캠핑금지 현수막이 내걸리게 되었다. 심지어 출입 자체를 못하게 하는 곳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지경에 이른 것은 이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가 우려를 표하고 개선을 제안했던 주차장을 캠핑장처럼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들 즉 일행이 디귿자 혹은 미음자 형태로 사이트를 구성해서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바닥에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주변의 눈총을 사는 등등의 행위이다.

사실 대다수의 알비어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버려진 쓰레기들을 모아 싣고 오는 적극적인 알비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여름 대관령에서도 그랬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미숙한 알비어들이 문제를 만들고 이러한 모습들이 확산되어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이나 미주와 달리 알빙 문화가 이제 태동기다 보니 야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성숙된 알비어들의 입장에선 부정적 언론보도나 배타적 현수막이 불편하고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70년도 더 전에 미국의 어느 잡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알비어는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프론티어이다. 어느 지역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프론티어는 그 정도의 오해와 배척은 항시 있어 왔다. 아직은 생경한 시각이 훨씬 많은 오늘 이 땅에서 알빙을 즐기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나 먼저 솔선하며 묵묵히 그리고 매일 매번 조금씩이라도 나와 주변에서 나아진 알빙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작은 노력들을 경주하며 말이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늘 그랬듯이 수요와 시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관계 행정이다. 한 때는 캠핑트레일러가 호화사치품으로 취급되어 통관되지 못하고 반송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굳이 워라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정부에서도 적극 권하는 정책방향이다. 그 가운데 큰 역할을 캠핑과 알빙이 담당해오고 있다. 이미 내수와 수입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유독 관계 행정만 여전히 뒷북과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오토캠핑장들은 투자대비 수익성이 낮아 입지나 시설이 열악한 사설캠핑장이 대다수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불용지에 오토캠핑장을 만들고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수요와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미숙한 4대강 사업의 결과로 생긴 버려진 수변공원들이나 최근 철책을 제거하고 개방하겠다고 발표한 해안가 부지들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알빙 관련 시설을 적극 고려하길 바란다.

다만 일선 행정주무자들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소와 방법으로 말고 매 주말만 기다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알비어들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선진 각국의 현황을 방문조사해 보기도 권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관련 시설을 애써 만들더라도 운영에 실패할 수밖에 없던 4대강 주변 시설들의 전철을 또 밟을게 뻔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칼럼리스트┃장영진(초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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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재 2018-09-19 07:26:36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알빙에 대한 인시변화가 꼭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