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삶, 그 남자 그 여자의 밴라이프
길 위의 삶, 그 남자 그 여자의 밴라이프
  • 매거진 더카라반
  • 승인 2017.09.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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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훈 감독-김모아 작가 '커플의 소리' 프로젝트

2017년 봄, 소중한 삶의 순간을 책과 음악, 영상으로 기록해온 허남훈 감독과 김모아 작가의 새로운 ‘커플의 소리’가 피어났다. 누구나 꿈꾸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캠핑카와 함께 하는 삶. 그 남자, 그 여자의 ‘밴라이프’가 시작됐다. 

130일, 길 위의 커플 

한강 시민공원 난지 지구 한편, 푸른 잔디와 녹음 사이로 하얀 캠핑카가 서있었다. 두 사람의 움직이는 집은 제일모빌 EDCAMP ES 670 모델로 인터뷰 때는 벌써 130일의 밴라이프를 보내고 있었다.

“중고 캠핑카를 고민하던 중에 제일모빌 대표님께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제안이 흔쾌히 받아들여져  1년 간의 밴라이프를 시작하게 됐죠.”

3년의 준비 기간. 집을 팔았고, 최대한 짐을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만 추려야 했다. 여러 캠핑카를 알아보다 변환 과정이 필요 없고 커다란 벙커 베드를 가진 것을 찾게 됐고, EDCAMP ES 670을 만났다. 많은 RV 중에서 캠핑카를 선택한 것에는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처음 접했던 작은 캠퍼밴의 영향이 컸다.

단순한 여행이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행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모든 생활이 이루어지는 집이란 의미의 밴라이프는 두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서로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했던 커플은 밴라이프를 실행했고 현재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편안하다고 했다.

매 순간이 소중한 삶의 기록으로 

허남훈 감독은 어려서부터 다큐멘터리 장르를 너무 좋아했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런 영향이 커서는 뮤직 비디오, 영상, 사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모아 작가를 만나고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인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해 ‘커플의 소리’를 만들게 되었다.

커플의 생활을 기록한 영상을 부럽다고 전하자, ‘영상이나 글이나 사진 어떤 것이든 많이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답을 전했다. 그는 ‘형식을 무너뜨리는 것을 바랐다.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밴라이프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오히려 한정된 공간에서 커플은 더욱 소중한 것들을 만나고 있었다. 캠핑카는 기동성이 좋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때로는 영화관이 되기도 하고 작업실이 되어 테이블을 마주하며 회의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창밖의 풍경을 내다볼 수도 있다.

사무실로 활용하는 캠핑카 내부에서는 노트북 2대를 사용하는데, 전기 사용에 있어 부족한 것은 없다. 밴라이프에서 커플의 역할 분담은 나누어져 있다. 허 감독은 운전을 전담하고 있고 김 작가는 요리와 청소를 하는데 김모아 작가가 꼽은 캠핑카의 최대 장점으로는 ‘작아진 집으로 인한 청소의 부담이 줄어 좋다’라는 대답이었다.

“벙커로 오르내리는 사다리를 떼고 대신 커튼을 달아 운전석과 내부 공간을 바꿨어요. 원단과 컬러도 선정해 시트도 제작했고 수납함에 작은 플라스틱 박스를 넣어 내용물이 보이도록 정리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아주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평소 TV를 잘 보지 않지만, 블라인드를 내려 천장에 빔을 달고 영화를 보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캠핑카 내부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고 메모, 사진, 글, 지도가 붙어 있다. 여행지에 대한 기록은 물론 하나하나 추억이 쌓이고 있다. 모든 물건 하나하나가 커플에게 꼭 필요한 위치에 잘 정리되어 있다. 모든 생활을 캠핑카 내부에서 하다 보니 밴라이프를 통해 얻은 정보로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밴라이프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는 것=삶’이기 때문에 안동에서는 안동 사람처럼, 양양에 가면 양양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항상 꿈꾸어 오던 버킷 리스트, 밴라이프를 실천하는 커플은 항상 긍정적이다. 여행이지만 밴라이프는 사무실이기도 하고 집이자 친구들을 위한 카페가 되기도 한다. 행사가 있는 곳을 찾는 이동 수단이면서 도착하면 그곳에서는 다시 이들을 위한 집이 된다. 어느 곳을 가든지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커플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고 오늘 하루도 커플의 소리로 기록되고 있을 것이다.

Mini Interview 

Q) 1년이란 기간을 정한 이유

A) 정해진 기간이 있기에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한 느낌이에요. 오늘을 더욱 값지게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Q) 커플이 생각하는 밴라이프의 장점과 단점은 

A) 주방, 화장실, 침실이 확보된다는 점이 좋았고 카라반과 달리 일체형이라는 최대 장점과 기동성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바닥 난방과 온수 매트까지 설치되어 3월부터 시작한 밴라이프는 밖은 추웠지만 따듯한 공간을 제공해주고요.

Q) 밴라이프를 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A) 공공 화장실이나 수도에서 필요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지 늘 궁금했어요. 이렇게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건지, 가끔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서 물을 받거나 도움을 구하고 있어요.

Q) 1년이란 시간이 끝난 후에 대한 생각은 

A) 사는 날도 언젠가는 마감이 있는데, 밴라이프로 정한 1년이란 시간 때문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밴라이프가 끝난 후에는 집이나 또 다른 트레일러를 생각해 보기도 해요. 캠핑카에 세탁기가 없어 가끔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다 보니 집이 있다면 건조가 되는 세탁기가 필요하겠다 싶어요. 또한 밴라이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 모두 줄이다 보니, 주어진 공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삶에 대한 다이어트’로 생각하게 되었죠.

Q) 다가올 겨울에 대한 걱정은 없는지

A)  옷이나 난방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동파가 걱정되긴 해요. 처음 시작했을 때도 추운 날씨였는데 실내는 불편하지 않았거든요. 예전에 다녀온 아이슬란드에서의 겨울 여행을 생각해보니 밴라이프에 많은 용기를 줬어요. 굉장히 기대돼요. 밴라이프에서의 사계절을 거치며 부딪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인생에서 여러 가지 교훈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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