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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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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이머 타고 떠나는 보스니아 – 헤르체코비나 RVing 여행

 

다양한 문화, 종교, 민족이 교차하는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땅. 유럽이면서도 사람의 손을

덜 탄 곳이라는 점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곳에는 카르스트 고원을 동강 내고야 마는 강의 뚝심이 탄생시킨 아름다운 협곡이 있고 푸근하면서도 당당한 눈빛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BiH의 북서쪽 Bosanska Krajina 지방으로 우리의 30년 된 차 Bulli가 굴러간다.

 

우나강의 비경, 보산스카 크루파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넘어가는 작은 국경검문소에 자동차보험 가입증명서를 보여 주고 드디어 입성.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운 길을 밝히기엔 우리의 올드타이머 라이트가 너무 약하다. 비까지 내려 시야는 더 흐리고 울퉁불퉁 파인 도로 때문에 차축이 고장 날까 봐 조심조심 운전한다. 보산스카 크루파에 있는 우나 캠핑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깔끔한 캠핑장 바로 앞에 부드러운 우나 강물이 흐른다. 카누와 래프팅 장비를 싣고 온 독일인, 네덜란드 캠핑족이 몇 보인다. 여기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저녁 한 끼는 캠핑장 식당에 미리 예약해 먹는 사람들이 꽤 된다.

다음날, 보산스카 크루파 시내에 가 본다. 수요에 비해 카페 겸 바가 많다. 손님 없이 직원과 그 지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전 중에 서유럽으로 피난 갔다 정착한 가족이 고향에 송금해 주는 돈이 실업률이 높은 이 나라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을 종종 길가나 가게에서 마주치게 되면 우리에게 독일어로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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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에 지어진 성벽에서 바라본 강 위의 물레방앗간은 가히 이곳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 세르비아 정교사원, 이슬람 사원, 가톨릭 성당이 나란히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고 플라이낚시, 자전거 하이킹, 래프팅을 즐기기 좋은 곳인데 관광객이 차고 넘치는 크로아티아에 비해 한산하다.

사고파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작은 재래시장에서 채소와 과일을 산다. 더 많이 사 가라고 하는 사과 장수 할머니 말씀을 안 듣고 사과 몇 알만 사고 나선 많이 후회한다. 하루 종일 몇 푼 못 버실 텐데… 점심때가 되어서 강가에 있는 식당에 가 닭고기스프, 송아지 꼬치구이, 바비큐 불맛이 나는 송아지 커틀릿을 먹는다. 설탕물에 뭉근하게 끓인 사과, 꿀을 끼얹은 페이스트리 바클라바는 후식을 즐기지 않는 나를 신세계로 안내한다.

근처 산복도로를 달리는데 양 떼가 도로로 뛰쳐나온다. 양치기가 제자리로 양을 다 몰고 났을 때 근처에 양봉하는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 집까지 데려다준다. 가열 처리해 영양가가

날아가 버린 슈퍼마켓 꿀과는 달리 생 꿀이라 더 맛나다. 농가를 지나다 헛간에 방치해 놓은 VW T3를 보고 안개등만 떼서 팔라고 했더니 안 통하는 말이지만 팔 생각이 없다는 뜻이 전해진다.

Bosanka Otok이라는 마을에서는 집 옆 밭에서 산딸기 따는 가족을 보고 그 자리에서 산다. 살짝 손이 닿아도 뭉개져 버려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딸기 농사가 절대 녹록하지 않다. 그 집 할머니가 만드신 치즈까지 산다. 양봉꾼이나 딸기 농사꾼이나 우리가 아무리 거절해도 기필코 덤으로 주는 정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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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 건너편에서 오는 차량 때문에 후진하다 우리 차 왼쪽 뒷바퀴가 경사지고 움푹 파인 곳에 빠지면서 차체가 왼쪽으로 기울어 버린다. 도와 달라고 외치자 어느새 대여섯 명의 장정들이 달려와 밀어 준다.

Bihać로 가는 길. 석회암이 강물에 쓸리고 쓸려 강물에 잠긴 듯 떠있는 듯 섬 형상을 이루고, 우나협곡 어느 한 곳만 경치 좋은 곳으로 지정할 수 없이 가는 길 내내 공짜로 선사하는 비경이다. Bihać 남쪽에 있는 우나국립공원의 계단식폭포들 정도의 장관은 되어야 입장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참 겸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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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가는 길에 자동차 정비소 앞에 팔려고 내놓은 VW T3를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주인이 뒷마당에 있는 다른 올드타이머들도 보여준다.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올드타이머가 이 나라에서는 일상이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이곳 길에 널린 VW T3를 잘 손봐서 서유럽에서 타고 다니면 그 희소가치 때문에 눈길을 조금 받게 되는데. 우리가 불리를 사려고 만나 본 VW T2, T3 소유주 중에는 동유럽에서 싸게 수입해 와서 이익을 남기고 파는 게 부업인 사람들이 몇 있었다. 올드타이머 재테크이다.

국립공원 내 Štrbački buk 폭포에 소풍 온 내국인들은 파리 날리는 장사꾼들은 아랑곳 않고 싸온 음식을 펼쳐 놓고 먹는다. 우나캠핑장에 소풍 온 보스니아 사람들도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펼쳐 놓고 먹기 바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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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와 어우러진 도시, Jajce

Jajce에 있는 Plivsko 호수 캠핑장에 오는 동안 분지, 목장 같은 풍경, 방공호 모양의 자연 풍광을 보며 지겨울 새가 없다. 도로와 숲의 경계 부분에 지뢰주의 표지판을 한 번 봤을 뿐, 홍수가 나면 지뢰가 둥둥 떠다닐 거라는 두려움에 이 나라 여행을 망설였던 것은 지나친 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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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ivsko 호숫가에 간이 설치된 놀이기구 줄에 매달려 공중에 붕 떠 있는 사람들, 직접 갖고 온 그릴기로 치밥치치를 구워 먹고 있는 소풍객들이 보인다. 호숫가 물이 스며 든 땅에 돌미나리가 자라고 있다. 호숫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건너편에 앉아서 흐뭇한 얼굴로 자식들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주름진 손으로 계산할 동전을 만지작거리고 계신 아저씨를 보고 마음이 뭉클해진다. 뙤약볕에 농사짓느라 마치 시골 논밭의 흙과 많이 닮은 모습으로 늙어가시던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겹쳐져서이다.

중세의 유적들이 남아있는 구시가와 폭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Jajce를 둘러 보고 스르프스카 공화국(BiH에 있는 세르비아계 공화국)의 수도 Banja Luka로 향한다. 가는 내내 이어지는 Vrbas강 협곡도 입이 쩍 벌어지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개발하고 난리도 아닐 텐데 여기서는 그냥 아름다운 도로변 풍경일 뿐이다. 대형 슈퍼에는 카세트테이프가 보이더니 도롯가 난전에서는 CD를 파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하루 종일 손님 하나 없을 것 같은 식당과 개점휴업상태인 호텔을 보며 이 좋은 경치에 비해 관광객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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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는 국경 검문소의 교통 정체가 심각하다. 아낙네들은 바구니나 식탁보를 사라고 차창 밖에서 권한다. 뙤약볕에 지겹게 기다리고 있는데 얼굴에 철판을 깔고 끼어드는 차량이 몇 대 있다. 남편은 어린 시절에 본 오스트리아와 옛 유고 연방 국경의 풍경 같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서 자가용에 커피를 몰래 싣고 가 커피가 귀한 유고에 비싸게 팔아 유고에서 보낼 여름휴가 경비를 번 오스트리아 지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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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렸을 뿐인데 BiH와 같은 발칸 국가인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거쳐 오스트리아에 도착한다. 꼭 다시 가고야 말 거라고 다짐한다.

 

writer + photographer   H.L. 강(www.hanb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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