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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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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이머를 타고 떠나는

크로아티아 RVing 여행

 

 

크로아티아 달마치아 지방 RVing

바다, 호수 그리고 산을 낀 캠핑장이 수백 개에 달하는 크로아티아. 그중에서도 고풍스러운 건물이 만들어 주는 서늘한 그늘과 앙증맞은 대리석 골목 그리고 물고기 떼가 군무를 펼치는 유리알 같이 맑은 바다에서 와글거리는 관광객이 일상을 잠식한 그 곳, 달마치아 지방의 아드리아해 동쪽 해안으로 우리의 올드타이머 Bulli가 굴러간다.

 

7성급 호텔 전망, 프리블라카

자그레브에서 3시간을 달려, 자다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닌에 도착했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석호처럼 보이는 만 안에 자그마한 섬 같은 곳에 오밀조밀한 구시가지가 있고 바로 옆 바다에 함초가 보인다 했더니 염전이다. 염전에 딸린 소금박물관 겸 가게에 가서 김장용 왕소금 5kg을 사고 ‘소금 초콜릿’이라는 이색 궁합이 재미있어서 산다. 우리나라 증도 여행길에 알게 된 함초 관련 제품이 여기엔 없다. ‘내가 컨설팅을 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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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2km를 달려 프리블라카에 있는 달마치아 캠핑장에 도착한다. 운 좋게 바다 쪽 맨 앞 열이 비어있다. 바로 옆에서 장기간 머무는 네덜란드인이 우리 모터홈에 관심을 보인다. 나는 그들의 모터보트에 관심이 간다. 3주 휴가 동안 타려고 1년 내내 보관하고 육로로 1,500km가 넘는 거리를 차 뒤에 끌고 오셨구나. 넉살 좋아 보이는 그는 15년 동안 여름마다 여기에 휴가를 온다며 이것저것 알려 준다. 어디 주유소에는 불량 기름을 섞어 팔아서 자기네 모터보트 시동이 꺼졌다며 그곳을 피하라는 충고에서부터 직접 구운 빵을 바구니에 담아 캠퍼들에게 팔러 아줌마가 아침마다 온다는 등. 약간의 오지랖이 정겹게 느껴졌지만 새벽까지 이웃들과 그릴 파티를 하며 웃고 떠들 때는 좀 미워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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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없는 평평한 캠핑장이라 그런지 대형버스 크기의 모터홈이 더러 보인다. 집만 그대로 두고 집 안의 짐을 다 싣고 온 것 같다. 화물 탑차 적재함 같은 카고 트레일러에 오토바이를 싣고 오기도 하고 모터홈 뒤에 연결한 트레일러에 소형 자가용을 실어 온 RVer는 가히 이사의 축소판을 경험했겠다. 익숙하게 쓰던 물건들이 없는 불편을 감수하고 눈썹까지 떼 놓고 단출하게 여행 다니고 싶어 하는 나와는 다른 족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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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애 셋에 아이의 이성친구 하나, 덩치 큰 개 한 마리.

휴~ 이 독일인 가족의 모터홈은 아버지가, 자가용은 엄마가 몰고 왔다고 한다. 이고 지고 RVing을 다니는 RVer들을 비웃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터홈을 소유하고 유지하는 부담에 비교할 수 없는, 7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캠핑장 전망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뛰놀 수 있는 RVing의 매력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호된 맛 보여준 바람 ‘보라’, 프리모스텐

시베닉 남쪽으로 30km쯤 떨어진 곳 프리모스텐에 있는 아드리아틱 캠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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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천둥과 함께 폭우가 내리더니 다음 날 아침에는 수평선에 번개가 치고 북동풍 바람 ‘보라’(아드리아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보라Bora라고 한다)가 분다. 이웃 텐트족들은 텐트를 철수하고 바람이 덜한 구역으로 가버린다.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캠핑 온 독일 아줌마는 텐트가 바람에 망가져 방갈로로 급히 옮긴다. 낮에는 파도가 더 세진다. 애들이 물속에서 놀고 있다. 파도에 떠밀려 갯바위에 부딪힐까 봐 걱정이 되건만 부모들은 오히려 태연하다. 오후에는 천둥 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다. 빗속에 맥주 사러 갔던 남편이 미끄러운 바닥에 대자로 뻗어 손가락을 다쳤다. 폭풍우에 날아갈 것 같아 두려움에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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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비는 그쳐도 바람은 여전하다. 윈드 서퍼는 이때다 하며 아침 댓바람부터 우리 눈앞에서 수십 번 왕복하고 있다. 귀여운 요새가 압권인 트로기어 구시가지를 둘러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양식장에서 홍합과 굴을 산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달마치아산 화이트 와인을 넣어 홍합을 삶고 굴은 직화구이를 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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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소금밭 그리고 굴밭, 펠예사츠반도

Ploče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1시간 걸려 펠예사츠반도 Trpanj항에 도착한다.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이름마저도 아름답다는 뜻인 디브나 캠핑장이다. 내국인, 체코, 폴란드인과 어딜 가나 흔한 독일인이 오래 푹 머물고 있다. 삼사백 년 된 올리브나무에서 토도톡톡 올리브 열매 떨어지는 소리가 운치 있다. XX 년도 최고의 캠핑장, 별점 몇 개짜리 캠핑장, 택시 보트가 다니고 비치발리볼 시설과 식당, 슈퍼 등의 시설을 갖춘 캠핑장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한적한 이곳에 금방 중독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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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러 Trpanj에 가는 길 양옆으로 잡초 무성한 밭에 마른 포도잎 사이로 포도가 영글고 있다. 항구 근처 노점에서 생선 2마리를 산다. 생선장수는 내장은 안 빼 준다고 단호히 말한다. 생전 처음 내 손으로 내장을 빼낸다. 생선 손질하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는 캠핑장이 있지만 여기에선 새들이 먹도록 바닷물에 내장을 던져 주고 나서 마늘과 올리브 기름으로 요리를 한다. 레스토랑에서보다 훨씬 맛나지만 말벌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그릇에 비린내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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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Orebić에 가 본다. 돌산을 깎은 산복도로 급커브길 경치가 장관이다. Orebić에서 서쪽으로 가면 작은 정원이 아름다운 개인별장과 아파트먼트로 꽉 찬 크로아티아의 윈드서핑 천국 Kućište가 나온다. 마침 윈드서핑 경기가 열리는 기간이다. 서쪽 끝 Lovište에 가는 길에 잉글랜드에 산다는 크로아티아 할머니를 태워 드린다. 버스 편이 하루에 한 대라 히치하이킹이 자연스럽다. 여름에만 이곳 자기 집에서 보낸다는데 영국에서 이곳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디브나 해변에서 보이는 무인도까지 왕복 스노클링을 한다. 남편이 다이빙해서 해삼을 잡아왔는데 검고 묵직한 게 익숙하지 않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는데 엄청나게 길다. 성게 알은 생으로 먹기도 한다더니만 해삼을 먹는 사람은 드문지 놀란 눈을 한 청소년이 보고 지나간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말려서 고향에 보내면 좋아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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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Trpanj항에 가서 잘 정비된 해안 산책로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데 오징어 낚시 배 대여섯 척 있는 곳 근처에 고래 두 마리가 보인다. 관광객용 엽서에 고래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코웃음 쳤는데 진짜로 고래가 있다. 오징어가 든 통을 들고 식당으로 향하는 어부에게 몇 마리 팔랬더니 거절한다. 단골로 대는 식당이 있나 보다. 디브나 캠핑장 주인 부부를 항구기념품 가게 앞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눈다. 부부가 사는 인구 15명의 작은 마을에는 상수도 시설이 없어 물탱크차가 오고 독일인이 5명이나 산다고 한다. 호주에서 만나 결혼했다는 캠핑장 주인과 그의 한국인 부인의 인형 같은 이란성 쌍둥이가 주변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펠예사츠반도는 비탈진 곳에 온통 포도밭이고 와이너리다. 특히 Dingač터널 지나 나오는 Dingač 마을은 절벽에 가까운 포도밭이 바다를 향해 있는 경치와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곳을 둘러보고 긴 성벽과 염전이 있는 스톤으로 간다. 그 옆에 있는 작은 돌이라는 뜻의 마을 말리 스톤은 돌로 된 네모난 집터가 인상적이고 굴 양식장이 있어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와서는 좋아라하며 먹고 간다고 한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폴란드인 커플을 태운다. Orebić로 가는 길이라는데 가자마자 해변에서의 파티가 기다리고 있단다. 얼마 전에 Kućište에서 열린 윈드서핑대회에서 폴란드 선수가 우승했다며 뿌듯해한다. 슈퍼문이 뜬 캠핑장의 밤. 파티로 더욱 붉게 타오르는 밤이다.

 

writer + photographer   H.L. 강(www.hanb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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