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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SPECIAL

 

올드타이머를 타고 떠나는

이탈리아 RVing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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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 RVing 문화에 RVer로서 동참하다

드디어 1983년식 RR타입의 올드타이머(유럽에서는 30년 이상의 클래식카를 올드타이머라고 부른다) VW Type 2 T3(별명은 Bulli)를 RVing용으로 개조한 Eurec Cassandra의 주인이 되었다. 차 지붕을 열면 직립할 수 있고 지붕 위에 침실이 확보되는 데다 노지 RVing을 가능하게 하는 냉장고와 주방시설까지 있으니 이제 떠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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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ec Cassandra로 만난 태양의 땅, 토스카나

우리의 첫 RVing 여행지는 태양의 땅, 토스카나. 새벽 5시 반에 카페리를 타고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항을 출발해 오후 1시에 안코나 항 도착. 항구를 벗어나자마자 구릉에 사이프러스나무와 포도밭이 펼쳐진다. 트라시메노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한국 라면을 끓여 먹노라니 네 바퀴가 멈춰 서는 곳곳마다 내 별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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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ing을 위해 일용할 양식을 사러 들른 시나룬가. 시가지 벤치에 앉아 환담을 나누는 노인들은 주눅 든 저물어 가는 세대가 아니라 마을의 주도권을 지닌 유쾌한 모습이다. 주차장이지만 캠핑카를 세워 두고 차 안에서 하루 정도 머물 수 있는 곳을 안내한 책을 보고 찾아간 작은 마을 트레콴다. 유서 깊은 마을이 그렇듯 마을 안에는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골목밖에 없고, 마을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카페 두어 개, 식당 두어 개가 있는 이 사랑스러운 마을이 토스카나에서의 첫 캠핑지이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끓여 마시며 바라보는 차창 밖 경치가 장관이다. 언덕 위 올리브나무 농장과 포도밭 저 멀리 아스라히 겹겹으로 된 산이 보이고 코앞 언덕에서 노루가 “본주르노~” 인사를 한다.

 

피엔자로 향하는 길에 있는 몬티시, 카스텔무치오 등 지나는 마을마다 다 아름답다. 피엔자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는 Rver들이 캠핑카 안의 오물을 비우고, 사용할 물을 채우고 있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도시 피엔자는 치즈가 유명하다. 짚, 재에 숙성시킨 염소 젖 치즈를 보면서 우리나라 메주 띄우는 게 연상된다. 아래로 내다보이는 구릉 전망에 입이 쩍 벌어지지만 이미 작은 마을 트레콴다에 마음을 빼앗겨서인지 연간 백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는 이 도시가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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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치엘로 방면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포데레 일 카살레’라는 농장 겸 캠핑장이 나온다. 스위스인이 운영하는 이 농장은 염소, 양을 키우고 치즈를 만들어 판다. 공작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우리를 구경하고 차창 밖으로는 사이프러스 잎을 뜯어 먹고 있는 염소가 보인다. 풀어 놓은 염소와 공작은 주인의 농장경영철학이든 고도의 상업적 ‘설정’이든 깊은 인상을 준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이 구석진 곳에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농장시설을 견학하고 파노라마 경관의 테라스에서 예약한 성찬을 먹는다. 성공한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 농가 민박)의 한 예이다. 더 머물고 싶지만 저녁에도 북미권 단체 방문객이 온다는 말을 듣고 농장 가게에서 치즈와 올리브유를 산 후 체크아웃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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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퀴리코 도르차에 있는 바그노 비그노니 온천 주차장에서 노지 RVing을 하기로 한다. 캠핑이 허락되지 않은 곳이라서 커튼을 전부 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척하며 하룻밤을 보낸다. 지하 1,000m에서 솟아나는 아미아타 화산 온천은 로마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마을을 산책하는데 저 건너편에 보이는 망루 Rocca a Tentennano가 우리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예약한 숙소에 얽매일 거 없이 즉흥적으로 경로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RVing의 매력이 아닐까. 걸어 내려오는 아주머니 여행객분들께 차에 타라고 권했더니 마다하신다. 오르차 골짜기를 보며 굽이굽이 걷는 커브 길이 도보 여행객과 자전거족들에게 인기다. 시인 마리오 루치는 토스카나를 보고 ‘바람과 사막의 땅’으로 표현했다더니 추수 끝난 구릉 밭이 연갈색 사막 색깔이다.

 

몬탈치노의 슈퍼에 들러 명성이 자자한 부르넬로 와인을 한 병 사서 카시아노 디 무를로에 있는 르 솔리네 캠핑장으로 향한다. 다음날은 키안티 와인기행이다. 카스텔리나 인 키안티는 와인저장 터널을 연상시키는 골목에 와인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러 와인을 맛본 후 알딸딸해진 캠핑족들이 하룻밤 묵고 갈 수 있도록 유료 화장실과 유료 식수 시설을 갖춘 주차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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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토요일에 재래시장이 열리는 그레브 인 키안티는 햄, 소시지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햄 가게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쁜 커튼 가게가 인상적이다. 그림처럼 가게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와 말이 안 통하더라도 몇 마디 나누고 싶은데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토스카나 여행길에서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하는 감상으로 약간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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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길에 북동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은 유류 가격. 1ℓ에

2유로가 훌쩍 넘다니. 늦은 밤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들 준비를 하면서 또 한 번 몽롱한 ‘여행 동경병’에서 깨어나게 만든 건 서늘한 기온이다. 무시동히터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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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ec Cassandra로 이탈리아 남부를 만나다

이듬해에도 네 바퀴는 어서 굴려 달라고 안달이다. 우리가 선택한 두 번째 RVing여행지는 토스카나보다 더 작열하는 태양의 땅 이탈리아 남부다. 공냉식 엔진냉각 장치밖에 없는 올드타이머에 직접 수냉식 장치를 설치하고 이탈리아 반도의 뒤축에 해당하는 풀리아주, 그곳의 북동쪽에 있는 가르가노 반도 캠핑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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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듬뿍 받은 올리브로 짠 기름 때문인지 테이크 아웃하는 포카치아 빵 조각 하나도 풍미 있다. 집 앞 가게에 들르면서도 양껏 치장한 사람들과 대조되는 쓰레기 천지 국도변. 뚱한 심사를 대놓고 드러내는 가식 없는 관광업 종사자들. 리프트로 들어 올려진 고장 난 차 밑에 앉아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저 관광객한테 바가지를 왕창 씌워야 우리 손주가 비수기에도 먹고 살지.’ 이런 꿍꿍이인 듯한 자동차 정비소 직원의 할머니. 벨라 남부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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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RVing을 즐겨온 지인 부부는 RVing의 매력을 야생 환경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원초적인 로망을 충족시키고, 캠핑카 미니 주방에서 소꿉놀이하듯 요리하는 데서 찾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차 문을 열고 한 발을 턱 내딛자마자 곧바로 체감하는 자연 때문에 RVing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향수병’의 반의어들인 ‘타향병’, ‘여행 동경병’, 그중에서도 ‘RVing여행 지병’을 앓고 있다.

 

writer + photographer   H.L. 강(www.hanb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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