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빙족 시민의식
알빙족 시민의식
  • 더카라반
  • 승인 2015.04.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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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빙족 시민의식

COLUMN
 

  알빙족 시민의식
 

새벽잠을 깨우는 알람과 동시에 켜지는 뉴스 채널. 채 깨지 않은 잠을 깨우기 위해서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만 한 것도 없다. 그러나 요즘은 뉴스 듣기가 영 거북스러운 때가 많다. 일상화된 정치권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와 생명을 경시하는 끔찍한 소식들은 어느새 식상한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사회지도자들의 성희롱 사건이나 영유아 학대사건에 이르기까지 후진국형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혹자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의식이 새삼 상기되는 요즈음이다.

 

원래 시민의식이란 말은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시민사회를 이룩한 이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단순히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부르주아 의식이나 도시민의식으로서의 시민의식을 말하지는 않는다. 즉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전근대적인 생활을 근대화하는데 필요했던 의식이 이제는 대중사회인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이념으로서도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다.

 

세계 어느 나라가 범죄가 없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마는, 적어도 OECD 국가의 반열에 오른 나라 가운데선 우리가 가장 심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매우 허술하다. 필자는 이러한 연유를 가파른 경제성장에 비해 시민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 것에서 온다고 본다. 산업혁명 이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제도와 법을 다듬고 고쳐가며 발전시켜 온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그것들은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만들고 적용하다 보니 여기저기 허술한 사회시스템들이 드러나고 있고 이와 관련해 시민의식들이 미처 발현되지 못하거나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레저활동에서도 여지없이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행병처럼 급속히 확산된 캠핑 열기에 이어 이제는 레저용 차량을 이용한 야외활동인 알빙(Rving)이 점차 대중화되어가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의 골프 열풍과도 비슷하다.

 

국민 레저와 관련된 법규나 제도는 고사하고 레저 활동을 위한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좁은 국토에서 캠핑과 알빙을 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제 막 시작된 건전한 활동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봉오리가 꺾이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 주차장이나 조경공간을 점유하는 문제, 다중시설에서의 자신들만의 공간구성문제 심지어 일부 불량업체의 꾐에 빠져 사소한 수리로 가능한 것을 보험으로 처리해 큰 금전적 이익을 꾀하는 몰염치한 행위까지.

 

물론 대다수의 알비어(Rvier)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이다. 필자가 아는 많은 분들이 다른 이들 이 어지럽힌 주변을 알빙 중에 청소하고 공정캠핑을 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극소수의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이들로 인해 전체가 욕을 먹고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까지 양산해 낸다.

수변공원에 세금으로 펜스를 치고 출입을 막는다거나 주차구역 내에서 조차 카라반 내 취사를 단속하고 급기야 카라반의 보험인수를 거부하는 보험사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더는 남의 탓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점차 좁혀져 가는 알빙지도를 들여다보며 욕하고 한숨만 지으며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냔 말이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이제라도 우리가 팔을 걷고 나설 때이다. 지역의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얼마간의 시간을 투자해 방문지 주변을 청소해보자. 작은 편의를 위한 금지된 곳이나 금하는 행동으로의 유혹을 뿌리쳐 보자. 또 혹여라도 부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하려는 이들이 있으며 따끔히 일침을 놓자. 알빙족으로서 자긍심과 시민의식을 갖도록 노력하자.

 

아직까지 즐길만한 곳이 많은 이 땅에서 나중에 우리 자식들도 즐겨야 하지 않느냐 말이다.

 


Columnist + 장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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